식당 만사 -2

2. 나는 누구에게 어떤 친구일까.

by 빈그릇

2. 나는 누구에게 어떤 친구일까.


분주한 점심시간. 초로의 남성이 출입구에서 들어올 듯 말 듯 망설이는 모습이 보였다. 평소보다 많은 손님이 와서 그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는데 얼마 후 그는 다시 들어와 내게 물었다.


“둘이 왔는데 1인분만 주문해도 되겠어요?”

“당연히 되죠. 그런 걸 물어보고 그러세요. 그냥 편안히 드시고 가세요”


잠시 후 그는 병색이 뚜렷한 한 사람을 부축하고 천천히 들어왔다. 동행자는 몸이 너무 말라 뼈의 모양이 그대로 드러난 모습이고 눈은 깊이 파여 있었다. 근육이 거의 없는 듯 걷기도 힘들어했다. 그를 본 주변 사람들은 모두 놀라며 낮게 탄식했다.


마주 앉은 두 사람. 두어 마디 알 수 없는 대화를 나눈 후 옅은 미소를 띠고 편안한 모습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무언의 대화를 나누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분위기는 바뀐 것은 식사가 탁자 위에 놓인 후였다. 한 사람은 계속해서 식사를 권하였고 마른 사람은 괴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는 뭔가 이야기하고 싶은 눈치였다. “예, 뭐 드릴까요?” “ 미안하지만 내가 가져온 소주가 있는데 이 친구 한잔만 줘도 되겠어요?” “네 그러세요. 괜찮습니다.”


그 아픈 친구는 물컵 반잔 정도 소주를 두 세 호흡에 다 들이켰다. 서로 외면한 채 두 사람에겐 잠시 적막이 흘렀고 얼마 후 다시 편한 모습으로 두 친구는 힘겨운 식사를 마치게 되었다. 나는 물었다. "친구분 이 많이 편찮으신 것 같은데 이렇게 다니셔도 괜찮으세요?"


“친구와 마지막 여행이에요. 내가 제일 좋아하고 존경하는 친구예요. 지금은 술로 망가져서 저렇게 됐지만 학창 시절엔 공부를 참 잘했고 젊어서는 세상을 호령했죠. 지금은 좀 불쌍하게 됐어요. 힘들어도 좀 더 여행할 거예요. 친구가 너무 좋아해요. 친구한테 술 주면 안 되는데 안 줄 수 없어요. 미안하고 잘 먹었어요.”




과거 그들의 관계에 어떤 곡절이 있었는지, 가족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 그 마지막이 언제 인 지 도 물을 수 없었다. 다만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길 바랄 뿐이었고 지금도 여행을 함께 해주는 친구에게 찬사를 보낸다.


사람이 병들고 늙고 죽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우주의 일이라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사람은 엷어지는 교류로 소외감을 느끼며 존재에 대한 아픔도 적지 않을 게다. 친구와 함께 마지막 여행을 함께한다는 것. 이는 존재의 아픔에 대한 치유 과정임에 분명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차문을 닫고 떠나려는 그들을 세웠다. 운전석 친구에게 검은색 비닐봉지를 하나를 드렸다. “이게 뭐죠?” “소주 한 병이에요. 친구분한테 소주가 지금은 독이 아니라 약인 것 같네요. 조심해서 가세요.” 그의 차는 한동안 그 자리에 머물다 떠났다.


약 4년 전 정도 일이다. 그 후로 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당시의 상황이 가끔 문득 떠오르는 것은 왜 일까.


나는 누구에게 어떤 친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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