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만사 - 3

3. 강자들이여 당신을 포기하라.

by 빈그릇

3. 강자들 이여 당신을 포기하라.


식당을 하며 얻게 되는 부산물이 하나 있다. 다른 사람들의 삶을 조금씩 엿보게 되고, 그게 나의 생활 습관에도 조금씩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렇다. 식사 중인 손님들의 대화와 우리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서다.


가족의 식사 중 대화는 그 집안의 분위기를 잘 드러낸다.


대화가 거의 없고 전 가족이 스마트폰만 본다. 이들은 대게 우리 직원의 인사도 받는 둥 마는 둥 무표정이다. 가족 중 하나가 이야기를 시작해도 대화가 이어지지 않고 바로 끝난다. 아이들은 대게 10대 후반 이상 정도이다. 음식도 먹기 싫은데 억지로 먹는 듯한 표정이다. 표현과 소통에 문제가 있다.


아버지의 설교가 식사 내내 이어진다. 아이들은 고개 숙이고 밥만 먹는다. 아이들은 중고등학생 정도 가 많다. 아버지가 술도 한잔 하면 한 이야기 또 한다. 어머니가 애들 밥 좀 편하게 먹게 그만하라 해도 잠시 쉬었다가 다시 한다. 아이들이 좀 더 크면 대화 없는 가족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온 가족이 적극적으로 대화한다. 간간히 들리는 웃음소리와 함께 대화하는 가족의 모습은 나를 즐겁게 한다. 이들은 부모, 자식 모두 인사도 잘한다. 굳이 무거운 주제의 대화 일 필요도 없다. 아이의 사소한 주변 이야기에 대해 맞장구 쳐주는 부모야 말로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 주는 부모이다.



이런 가족들 간의 모습을 보면 자식 잘못한다고 야단칠 일이 아니다. 처음에는 부모 자식 간의 외모 닮은 게 보이지만 좀 지나면 그들의 인사나 표정 등의 행동 닮은 것이 더 눈에 띄기 때문이다. 부부간의 대화 비슷하다. 대화 없는 부부, 서로 공격적인 말투의 부부, 싸워서 밥 먹다 말고 집에 가는 부부, 상대를 존중해주는 부부.


가정 내의 현상만이 아니다. 직장의 경우에는 부서장의 성향이 직원들의 대화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 건설노동자들의 식사 자리에서는 보다 분명히 나타난다. “오야”라 불리는 무리의 대표가 거칠고 욕설을 잘하면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그런 말과 행동을 한다. 친구들 간의 모임도 비슷하다.


가정에서 아버지 (혹은 어머니), 직장에서 사장이나 부서장, 건설노동자들에게 오야는 나이가 많거나 생계를 책임지는 강자이다. 이들이 강자의 권위를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그 그룹의 분위기다. 그 힘을 이용한 권위를 포기하고 대화하려 할 때 그 그룹은 비로소 소통이 있게 된다.


나는 강자의 힘으로 아이들을 대했다. 야단칠 때 나이 어려 모르니 내 판단을 따르라 했고 내 판단에 문제를 제기할 때 “네가 돈 벌어서 네 하고 싶은 대로 해라”라고 말했다. 가장 저급한 통제 방식이었다. 부끄럽지만 소통에 문제가 있는 가장이었음을 고백한다.


세상의 강자들이여 당신을 포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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