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의 식당 창업기-6

6. 너무도 부끄러운

by 빈그릇

7년 장사 기간 중 초보 식당 사장으로 겪은 일들을 돌이켜보면 아픈 부분이 먼저 생각난다. 그 상처의 아픔이 아직도 생생한 것은 이것이 마음속 깊은 내상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이는 병가지상사라 하며 스트레스받지 말라 하지만 나는 아니다.


장사 시작 후 4주 정도 지난 토요일 저녁. 식당은 가족 손님들로 북적이고 직원들은 분주히 움직인다. 홀에서 나를 찾는다. 손님들이 직원을 부를 때 반찬 등을 더 달라고 요청할 때와 어떤 문제가 있어 부르는 것의 차이를 우리는 직감적으로 안다. 불길하다.


“맛이 좀 이상한 데요?’

“네? 제가 확인해보겠습니다.”


주방에 들어가서 확인해 보니 여러 부위의 고기 중 일부가 상했다. 너무 당황해서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런 생각이 안 났다. 홀 쪽을 보니 손님들 대부분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 그 손님이 큰 소리로 말하지 않았고 나도 조용히 대응했지만 많은 손님들이 알고 있다. 일단 문제없는 음식으로 바꿔드렸으나 그 분위기는 엉망이다.


직원들을 불러 모았다. 이런 대형사고에 대해서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한 직원은 이런 것은 식당일을 하다 보면 생길 수도 있는 일이란다. 기가 막혀서.. 어떤 이는 손님을 탓한다. 심하지도 않은데 너무 예민한 것 같다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만 하는 직원들은 위험하다. 분명히 이야기했다. “손님이 잘못된 게 아니고 우리가 잘못한 거다. 손님은 항상 옳다 라는 전제를 두고 일하라”.


주방장은 문제를 인정할 수뿐이 없었다. 그 주초에 준비한 재료보다 손님이 덜 왔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는 오래된 재료는 내게 말하고 폐기하라고 문제 발생 전에 두 번이나 주방장에게 이야기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결정하지 않고 판단을 주방장에게 미룬 것이 잘못이었고 “오래된”이란 말도 애매한 말이었다. 구체적으로 지시를 하지 않은 것이다.


사실은 지시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식재료가 어떤 상태에서 얼마나 지나야 변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데이터가 필요했다. 주방 온도 몇 도, 냉장고 온도 설정 몇 도, 냉장고 실제 온도 몇 도의 3가지 변수에서 재료가 며칠 만에 맛이 변하는지를 테스트하여 구체적인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데이터는 이용하지 않았다. 그때 이후 음식을 적정량을 준비하고 그 이상 수요가 있으면 재료 소진으로 못 팔 수도 있다고 내 생각을 바꿨다. 이래야 손님에게 보다 좋은 음식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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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재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우리 식당 매출과 이미지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한동안 직원들을 믿지 못하게 되었고 손님들의 음식에 대한 반응이 민감해지고 두려워지기 시작하였다. 손님이 맛있게 우리 음식을 먹는 것이 기쁨인데 내 마음이 불안하니 자꾸 손님들을 쳐다보게 되었고 손님들도 불편했을 것이다.


그때의 손님들이 그 이후 다시 손님으로 왔는지 모르겠다. 누구든 그 이야기를 하고 “많이 좋아졌네요”라고 말해주면 고맙겠는데… 손님들이 보냈던 싸늘한 눈초리와 분위기는 내게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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