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의 식당 창업기-7

7. 너무도 기가 막힌

by 빈그릇

앞선 글 (6. 너무도 부끄러운)은 식당 하며 가장 부끄러웠던 상황에 대한 고백이었고 그 경험은 우리 식당의 식자재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하게 된 계기였음을 말하고자 하였다. 오늘은 이어서 가장 황당하고 기가 막힌 상황에 대해 말하고 싶다.


식당개업에 대해 주변 말했을 때 식당 운영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대게 종업원들 때문에 고생 좀 하겠다고 말하였다. 정말 그랬다. 지금 함께 일하는 분들은 대부분 2~3년 이상 동안 함께 잘들 일하고 있어 별 문제없지만, 처음 3~4년간은 이직이 많았고 직원 간 그리고 나와도 갈등이 많았다.


나는 직원들에게 이모저모로 잘 대해주려 노력하였기에 우리 직원들도 나를 좋아하고 오랫동안 함께 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은 나만의 생각이고 착각이었다. 식당에서 4대 보험 들고 장기적으로 일하겠다는 사람보다 그냥 일당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려는 사람이 더 많았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영세한 식당이 너무 많고 쉬고 싶을 때 쉬며 한 곳에 얽매이고 일하고 싶어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간 내가 회사 생활과 사업을 하면 접했던 직원들과는 달리 직장에 대한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약했다. 이해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월급을 파격적으로 많이 주는 것도 아닌 작은 식당에서 대기업과 같은 로열티를 바라는 자체가 난센스다. 어떤 이는 예고도 없이 결근하고 어떤 이는 잘못된 행동에 대한 주의를 하니 그만두겠다고 바로 사라져 버려 나를 멍하게 하였다.


가장 황당 사건은 이랬다. 개업 후 약 3개월 정도 지난 어느 날 저녁 무렵. 직원 4명이 일 그만하고 집에 간다고 한다. 파업이었다. 무엇이 불만인지도 말을 않았다. 일단 일은 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개선하자는 내 제안을 뒤로하고 4명이 가버렸다. 나 혼자 남았다.


모두 간 후 냉장고를 확인해 보니 다음 날 장사할 것이 아무것도 준비 안되어 있었다. 당시 주방장이 작심하고 나를 곤궁에 빠뜨리고 원하는 것을 취하려 나머지 직원을 움직인 것이었다. 어찌할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결론을 내렸다. 나 혼자라도 한다.


'여기서 망가질 수는 없지... 내일 한 그릇만 팔더라도 가게 문 연다.'


당시는 가족과 떨어져 장사하던 시기였다. 가족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다음 날 새벽부터 당분간 일을 도와주도록 이야기하였다. 역시 가족은 어려울 때 힘이된다. 나는 장사 준비를 밤새도록 혼자 다 해 놓았다. 다행히 직원 한 명은 다음 날 출근하여 전 보다 열심히 일 해주었고, 가족의 도움으로 다음 날부터 도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었다.


그 주방장은 얼마 후 찾아와 다시 일하게 해달라고 했고, 나는 그에게 기회를 주었는데 그는 또다시 비슷하게 나를 배신하였다. 이땐 아무런 미련 없이 보냈다. 함께 그만두었던 다른 직원도 우연히 만났는데 그는 그때 자신의 행동을 사과하였다.


이런 일들은 겪으며 나는 더욱 강해졌고 이젠 웬만한 문제에는 흔들리지 않는다.


나처럼 경험 없는 사람이 주방장을 고용해 식당을 경영하는 경우는 주방장에게 휘둘리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 주방장이라는 사람들의 행태에 대해 다시 한번 이야기하겠다. 식당 사장이 주방을 직접 맡으면 좋지만,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 하더라도 주방 일에 대해 꿰뚫고 있어야 하고 식자재 재고도 훤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껍데기는 식당이 아니다. 내용물이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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