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노래

by 이종덕

麻(마)를 강판에 곱게 갑니다. 그것도 모자라 대나무 채반에 한번 더 거릅니다.

이번엔 시금치를 믹서에 갈아 마찬가지로 채반에 내려 마와 섞습니다.

마치 녹차라테처럼 아주 고운 연두색 액체가 되었습니다.

주걱으로 저어가며 약한 불에 죽을 쑵니다. 혹시나 위에 부담이 될까 봐 물을 부어가며 미음처럼 묽게 끓여냅니다.

이토록 정성스레 만든 죽을 폐암에 걸려 호스피스 병동에 계신 80 후반의 할아버지께 먹여드립니다. 서너 숟가락을 잘 받아 드시고 입가에 기력 없는 미소를 지으십니다. 잘 먹었으니 답례를 하겠다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노래를 부르십니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애처롭게 이어지는 노래는 아주 오래된 문주란의 "동숙에 노래"입니다. 가슴이 싸해옵니다. 어느새 눈물이 손등에 떨어집니다. 할아버지의 청춘이, 꿈이 그리고 지금의 회한이 짙게 묻어나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를 듣고야 말았습니다.


동숙에 노래

너무나도 그 님을

사랑했기에

그리움이 변해서

사무친 미움

원한 맺힌 마음에

잘못 생각에

돌이킬 수 없는 죄

저질러 놓고

흐느끼면서 울어도

때는 늦으리

때는 늦으리


얼마 전 일요일 아침 텔레비전에서 보신 분들이 계실 겁니다.


혹시나 죽음보다 두려운 것은 깊은 회한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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