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를 위한 시 몇 편

by 이종덕
휴일 아침


"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보는 당신 모습이 제일 예뻐 "
"왜?
"안경을 안 써서 흐릿해 보이니까"

영락없이 베개가 날아왔습니다.

휴가 못 간 여름
금쪽같은 한글날 연휴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꿈에...


꿈에
대학생이던 아내를 만났습니다.

예쁘고, 귀엽고, 청순합니다.
말도 작은 목소리로 조분 조분 합니다.

내가 하자는 건 요리조리 피하며 애를 태웁니다.
청혼을 했는데 답이 없습니다.


꿈을 꾸면서 꿈인걸 알고 있습니다.


첫 키스...
너무 너무 행복한데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습니다.
간신히 잠이 깨었습니다.

마누라의 깁스 한 다리가 내 배위에 올려져 있습니다.



그 사람


얼굴이 먼저 떠오르면 보고 싶은 사람이고
이름이 먼저 떠오르면 잊을 수 없는 사람이랍니다.

주말인데 마누라가 없으니
기차 화통 삶아먹은 바가지 긁는 목소리가 떠오르는군요
그 사람은 내게 어떤 사람인 걸까요?



욕먹는 재주


버티컬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햇살에 잠이 깨었습니다.
이렇게 늦게 까지 푹 잔 게 얼마만인지요.

침대에 엎드려 더듬 더듬 핸드폰을 찾아

주방에 있는 마누라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여보 커피 한잔 줘"

욕만 디지게 먹었습니다. ^^



다정도 죄가 되어


마누라가 몸살 기운이 있는지 누워있습니다.
머리맡에서 다정하게 얘기했습니다.
"아프지 말아 난 너 아픈 거 싫어"

이 인간이 웬일인가? 약간은 감동한 눈빛입니다.

"당신 아프면 나한테 짜증내고 밥도 안주잖아.."

퍽!

베개로 한대 맞았습니다.

내가 매를 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