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클했던 순간들

by 이종덕
졸업


둘째는 14년 동안 엄마와 함께 학교를 다녔습니다.

자폐여서 유치원 과정부터 초, 중, 고 그리고 2년 전문학교 과정까지 특수학교를 다녔고 지난 2012년에 졸업을 했습니다. 그때의 졸업식은 이제껏 보아왔던 어떤 졸업식 보다 감격스러웠고 특별하고 부족한 제자들을 내보내며 아쉬워하시던 참 스승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세상은 참 넓고도 좁아 내 고등학교 때 은사님이 둘째가 다니는 학교의 교장선생님으로 계셨는데 그날은 나도 선생님께 작별인사를 드렸고 선생님은 말없이 나를 안아주시며 어깨를 토닥거려 주셨습니다.

가끔씩 들릴 때마다 인사를 드리러 가면 너도 늙는구나 하시면서 내 손을 잡아주시곤 했습니다.


선생님은 그다음 해에 학교를 그만 두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생일


2011년 내 생일..

잊지 못할 너무 행복한 생일을 맞았습니다.


그해 4월에 딸아이를 결혼시켰고, 7월 비가 억수같이 오던 날 딸과 사위는 그들이 계획했던 사랑의 실천을 위해 에티오피아 아디스 아바바로 떠났습니다.

11월.. 나는 초겨울이 생일입니다. 딸과 사위의 빈자리가 너무나 크고 매일 매일 그리움과 염려로 하루 하루를 지내던 생일날 이른 새벽부터 카톡으로, 페이스북으로, 문자메시지로 생일 축하의 글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딸의 친구들(저는 딸의 친구들과 잘 지내긴 했습니다)과 사위의 친구들 그리고 내 주위의 사람들이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자기들이 없는 아빠의 생일날 내가 외로울까 봐 그 먼 아프리카에서 친지들에게 부탁을 한 것이었습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문자가 뜸해질 무렵 커다란 박스가 배달이 되어 왔습니다.

생일 케이크와 100개가 넘는 엄청난 양의 빵과 그리고 지금도 잘 간직하고 있는 내 딸이나 마찬가지인 딸 친구들의 생일 축하 카드가 들어있었습니다.


사무실 직원들과 케이크를 자르고 전직원에게 빵을 돌렸습니다.

그날 난 1958년 이후 가장 행복한 생일을 보냈고 행복한데도 자꾸만 눈물이 나서 티 안 내느라고 아주 애를 먹었습니다.


카톡과 컨디션


지난주 나는 업무상 감당키 어려운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날 저녁 폭음을 했습니다.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취했고 귀갓길은 이미 너무 늦어버린 시간이 되었습니다. 차를 잡으려고 회사 근처를 배회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나를 부축하여 택시를 태워주었고 나는 무사히 집에를 갈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나는 한통의 카톡을 발견했는데 예전에 함께 근무했던 홍보실 직원이 나를 발견하고 잘 귀가시켜 준걸 알 수 있었습니다.

옛날에 사보를 창간하기 위해 나와 애 썼던 일 그리고 함께 일했던 기쁨을 잔잔하게 써 놓았더군요.

다시 한 번 함께 일을 하고 싶다는 희망과 함께.

아침에 출근해 보니 책상 위에 컨디션 한 병이 놓여 있었습니다.

누가 놓고 갔는지는 뻔한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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