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없이 하루를 살아보니..

by 이종덕

어제 출근을 하고 보니 핸드폰을 집에다 놓고 왔다.

그 순간부터 나는 당황을 하고 허둥대기 시작했다. 습관적으로 수시로 핸드폰을 통해 검색을 하고 메시지를 확인하고 페이스북도 살펴보고 했던 일들이 일순간에 정지되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입력돼있던 스케줄과 오늘 주고받아야 하는 수많은 업무전화가 불가능해졌다.

핸드폰으로 오는 연락을 받아서 사무실로 전달해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 집에다 전화를 하려 하니 집전화도, 마누라 핸드폰 번호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뿐 아니라 나는 단 한 개의 전화번호를 외우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외근이 있어 운전을 하면서도 핸드폰이 없어 얼마나 길을 헤맸는지 모른다.


옆사람의 전화 벨소리에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찾고 하루 종일 무의식 중에 이주 머니 저 주머니를 뒤지며 핸드폰을 찾는 전형적인 불안 증세가 나타났다.

이게 이렇게 깊숙이 내 생활 속에 들어와 있는지 미처 몰랐다.

퇴근 무렵 귀가가 늦어지게 되어 집에다 연락을 해주어야 함에도 아무런 조치를 할 수 가 없었다.

마누라는 마누라 대로 찌개를 데웠다가 식으면 또 데우기를 몇 번을 반복했다고 한다.


옛날엔 이거 없이도 잘만 살았건만...


마누라와 연애하던 시절 만나기로 한 다방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이종덕 씨 카운터에 전화 왔습니다"하고 다방아가씨가 소리친다.

전화를 받아보면 " 나 오늘 못 나가 엄마가 김장하는 거 도우래" 이런 식으로 바람을 맞고 그러면서도 연애를 잘 했다.

수시로 카톡 하고 전화하는 요즘 젊은이들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러고 보니 예전엔 호텔 커피숍에서도 종업원이 이름이 적힌 종이판을 들고 딸랑딸랑 종을 흔들며 왔다 갔다 하며 전화가 와있음을 알려주던 생각이 난다.


어쨌든 핸드폰 없는 하루는 모든 게 정상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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