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불편

by 이종덕

백화점 양복 매장에서는 도저히 양복을 고를 수가 없습니다. 점원이 계속 졸졸 따라다니고 친절이 지나쳐

간섭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감시당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구요.

혼자 찬찬히 살펴보고 가격도 맞춰보고 여유롭고 싶은데요.


어쩌다가 마누라와 함께 명품 가방 매장을 들어가 보면 종업원이 아래 위를 훑어보고 "가방 살 사람이 아니군"하고 간을 보고 업신여기는 눈길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자라나 유니클로 같은 매장에를 가면 종업원들이 적절하게 무관심합니다. 필요하면 불러서 맞는 사이즈를 찾아달라고 하면 되는 정도입니다.

스타벅스는 다른 커피전문점과는 달리 진동벨이 없습니다. 그래서 귀를 쫑긋 세우고 신경을 써야 합니다.

스타벅스를 선택한 소비자들은 이 불편함을 감수한 사람들입니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는 해마다 "트렌드 코리아 2015"이런 식으로 다음 해의 트렌드를 예측하는 책을 내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그의 책에서 이러한 과잉친절을 적절한 불편(Trouble is Wellcomed)라고 표현했고 이것이 트렌드가 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일면 이해가 가는 말입니다.

김난도 교수께는 미안한 얘기지만 저는 연말이 되면 그 해의 트렌드 코리아를 다시 한 번 읽습니다.

나쁜 의도는 아니지만 얼마나 트렌드를 잘 예측했나 살펴보는 것이지요.


어쨌든 적절한 불편이 돈 많은 부유층에게는 편안함과 만족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지나치게 화려한 매장이나 세련되고 어떻게 보면 거만하기 까지 한 종업원은 서민들에겐 트렌드가 될 수 없을 거란 생각입니다.

교보문고에서 책을 고를 때 하루 종일 있어도, 거기서 책 한 권 안사고 그냥 나와도 누구 하나 눈총 주는 사람 없습니다.


적절한 불편... 나는 아직까지는 불편하기만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휴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