貧者의 美學
출근할때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서 17층을 걸어 내려왔습니다. 올라간 것도 아닌데 몹시 힘이 들고 꼬불 꼬불 반복을 하며 내려 오자니 어지럽기까지 했습니다.
오늘은 참 이상한 날입니다.
사무실 통합관리시스템에 문제가 생겨서 메신저도 못받고 전자결재도 먹통이 되었습니다.
수작업으로 하자니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예전엔 을지라고 불리우는 기안지에 펜으로 기안하고 기획안도 4벌식 타자기로 잘 만들었는데...
"편리한게 좋을 수도 있지만 거기에 沈潛(침잠)하면 삶이 부패해 질수있다. 스스로를 불편하게 만드는게 좋은 약이다"
지난 토요일 조선일보에 인터뷰 기사가 실린 건축가 승효상 씨의 말입니다.
그는 내노라 하는 수많은 건물을 설계했지만 절대로 완벽을 기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그의 건축설계의 모토는 "貧者의 美學"입니다.
가짐보다는 쓰임이 중요하고, 더함 보다는 나눔이 더 중요하며 채움보다는 비움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그가 말하는 "빈자의 미학"인것 입니다.
그는 동숭동에 5층짜리 건물을 건축사무소로 쓰고 있는데 그 건물의 옥탑에 93세되신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다고 합니다.
이 건물에는 엘리베이터도 없는데 93세의 노모를 모시고 매일 새벽기도를 다닌다고 했습니다.
물론 5층 계단을 오르 내릴정도로 노모의 건강은 좋으시구요.
편리함의 추구가, 완벽함의 요구가 조금의 부족함을 참아내지 못하는 불편한 삶으로 만들어 버린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