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골목의 향수

by 이종덕

전주 한옥마을의 민박집을 찾아 들어가던 중 정감 어린 골목을 만났습니다.

처음 와 본 곳이지만 눈에 익고 언젠가는 와 본듯한...


어릴 때는 놀이터가 따로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방과 후에 마루에다 책가방 팽개치고 골목에 나가 딱지 치고 팽이 돌리며 그리고 "다방구"라고 불리던 술래잡기 놀이를 하며 하루해가 저물도록 논 곳이 골목길입니다.

콜록콜록 첫 담배도, 두근두근 첫 키스도 대학 때 엉망진창으로 취해 오바이트를 했던 곳도 골목길입니다.


골목길을 돌아 허술한 민박집 나무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소박한 화단과 툇마루가 있는 민박집도 콩닥콩닥 가슴을 뛰게 했습니다.

내가 유년시절을 보낸 돈암동의 집과 너무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자로 잰 듯 반듯하지 않았던 옛날.. 그 시절

이끼 낀 흙벽돌 담장도, 울퉁불퉁 툇마루도 포장되어 있지 않은 꼬불 꼬불한 골목길도 모두가 추억이고 향수입니다.

지금과는 달리 길을 먼저 내고 집을 짓는 것이 아니고 집을 짓다 보니 길이 생기던 그래서 골목은 오히려 점감이 있었던 것입니다.


구부러진 길이 좋다.

들꽃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요즘 교보빌딩 벽에 붙어 있는 이준관 시인의 "구부러진 길"입니다.


며칠 새 가을이 바짝 다가온 느낌입니다.

이제 코스모스도 피고 밤하늘의 별도 선명하게 많이 뜨겠지요.

그러자면, 그것들을 느끼자면 구부러진 길 같은 편안함이 내 마음속에 찾아와야 할 테지요.

가을은

해가 갈수록 더욱더 소중하게 다가올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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