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이 내린 날 시골 외딴집에 삼례라는 거지가 찾아든다.
삼례는 밤새 문설주에 매달아 놓았던 홍어 한 마리를 다 먹어치웠고 부엌에 숨어있다가 어머니에게 붙잡혀 모진 매질을 당한다.
홍어는 어머니에게는 집 나간 지 5년이 넘은 아버지의 상징이었고 기다림이었으며, 소년에게는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는 가오리 연처럼 희망이었다.
아주 오래전에 푹 빠져 하루 만에 읽어버린 김주영의 "홍어"의 얘기다.
우리 회사에는 홍어만 먹으러 다니는 홍어 마니아 그룹이 있다. 우리는 좀 더 세게 삭은 홍어를 찾아다닌다.
입천장 껍질이 홀랑 까질 정도의 푹 삭은 홍어를 먹어야 오늘 홍어 먹었다 소리를 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우리의 입맛은 함께 세졌다.
삼합은 참 맛은 좋지만 묵은 김치가 홍어의 향을 가리는 단점이 있고 그래서 우리는 대부분 홍어회만 시켜서 최소한의 양념장만 찍어 먹는다.
홍어 애탕은 한 숟가락 입에 넣었을 때 입안 가득 특유의 암모니아 냄새가 번지면서 식욕을 부른다.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자꾸 숟가락이 가는 마성의 음식이다.
압권은 서비스로 얻어먹는 홍어 코인데 참기름에 찍어서 잎에 넣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퍼질 정도로 강력하고 이전까지 먹은 술이 무효가 된다.
살짝 얼려 썰어놓은 홍어애는 그 색도 연분홍으로 예쁘지만 푸아그라가 입안에서 녹아버리듯이 마치 셔벗처럼 입안에서 씹을 새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홍어의 매력적인 암모니아 냄새의 정체는 “요소”이다.
짜디 짠 바닷물에 삼투압 현상으로 체내의 수분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체내에 요소를 품고 있는데 홍어가 물 밖으로 나와 죽으면 요소는 암모니아로 바뀐다.
특히나 뼈가 연하고 깊은 바다에 사는 홍어나 가오리는 요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
이 특별한 음식 홍어는 먹을수록 매력이 있는 참 좋은 음식이고 홍어 탓인지 보름째 콜록거리던 기침과 천식이 똑 떨어졌다.
다만 막걸리와 함께 홍어를 먹은 날에는 택시를 타야 한다. 그것도 뒷좌석에...
잘 먹고 민폐를 끼치면 안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