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부터 녹두알 만한 수면제 두 알에 의존해서 잠을 자고 있다.
거실에서 꾸벅 꾸벅 졸면서 TV를 보다가도 막상 자려고 침대에 누우면 정신이 또렷해지며 온갖 상념이 머릿속을 맴돌아 잠을 이루지 못해 거실 소파에 누워 TV를 켜 놓은 채 잠을 자곤 했었다.
처음 신경정신과를 찾았던 날 의사는 내게 신경쇠약이 불면증의 원인이라는 얘길 했고 두통과 우울증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신경쇠약의 이유는 삶의 속도는 빠르게 변화하는데 몸은 오히려 갈수록 느려지니 그 갭이 불면증, 우울증, 심지어는 공황장애로 까지 갈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오래전에 다리가 부러져 깁스를 한 일이 있었다. 처음 며칠 간은 그러려니 했는데 갑자기 부쩍 예민해지고 매사에 짜증을 내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행동에 제약을 받고 기동성이 떨어지고 답답해지다 보니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었다.
회사일도 집 내 생각도 주위에 모든 일들이 느닷없이 뒤엉켜 무기력해지는데 이걸 "감정인지 불능"이라고 한다고 한다.
쉽게 말해 내 마음을 나도 잘 모른다는 뜻인 것 같다.
한편으로는 되게 안타까워해주고 챙겨줄 것 같았던 마누라에 대한 정서적 의존, 즉 조금의 응석도 잘못된 기대였다는 것도 그때 깨달았다.
마누라는 안식처가 아니고 오히려 내가 마누라에게 귀찮은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자기 코도 석자일 테니까.....
어쨌든 늙으면 마누라밖에 없다라는 말은 이젠 안 통하는 말 같고 이제 더 늙으면 혼자서 잘 알아서 놀 궁리를 해야 되는 게 아닌가 싶다.
마누라는 여태껏 살던 대로 살면 되지만 몇 년 후면 난 생활 패턴이 확 바뀔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