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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Mar 07. 2019

"고독한 미식가" 따라 해 보기

퇴직 후에 어쩌다 외출을 하면 혼자 점심을 먹게 됩니다.

근처의 친구를 찾아가도 되고 지인들에게 연락을 해 함께 먹을 수도 있지만 회사를 나오고 나니 밥값을 못 내게 하는 경우가 많아 신세를 지게 되어 사람을 만나도 끼니때를 피해 만나곤 합니다.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이상하거나 부끄러운 일이 아닌 세상이 되었습니다.

홀로 밥을 먹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식당도 1인용 좌석을 마련해 놓는 곳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도 식사시간에 4인용 식탁을 혼자 차지하는 것은 여전히 미안한 일입니다.

혼자서 밥을 먹기 좋은 곳은 회전 초밥집입니다.

나는 혼자 밥을 먹게 되어도 라면이나 햄버거 같은 것으로 대충 때우지 않고 제대로 먹으려고 하는 편입니다.

어제

일이 있어서 외출을 했다가 회전초밥집에서 혼자 밥을 먹었습니다.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에 나오는 '이노 고시라 고로'가 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침 바바리도 입고 있었습니다.

이노 고시라 고로는 참 잘 먹습니다. 그리고 엄청나게 많이 먹습니다.

나도 그처럼 바바리를 벗어 옆자리에 놓고 천천히 밥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녹차를 준비하고 조그만 접시에 락교도 대여섯 개 담아놓았습니다. 초밥이 레일을 타고 돌아갑니다.

레일에는 없지만 메뉴판에 고노와다 비빔밥이 있어서 별도로 주문을 했습니다.

고노와다 밥이 나오는 동안 서너 종류의 초밥을 먹었습니다.

레일을 따라 도는 초밥을 보고 있으니 형태와 재료가 다양합니다.


니기리 즈시 ( 握りずし)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바로 그 초밥입니다.

적당한 크기의 초밥 덩어리에 와사비를 살짝 바르고 신선한 생선회나 어패류를 얹어 내는 것입니다.

광어 초밥을 하나 먹었습니다.

마키 즈시 (巻き鮨)는 김밥을 말 때처럼 초밥을 넓게 펴서 그위에 각종 재료를 올리고 돌돌 말아 썰어내는 형태입니다.

캘리포니아롤은 마키 즈시가 미국식으로 변형된 것으로 미국에서의 이름은 inside-out roll이며 우리나라에서는 누드김밥이 이와 비슷합니다.

이름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군함 말이'도 초밥집에 흔히 있습니다.

생긴 것이 군함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김으로 감싼 초밥 위에 연어알이나 날치알, 성게알을 올려져 있으며 아보카도나 마요네즈에 버무린 새우(에비 마요) 혹은 랍스터의 살을 발라 올려놓기도 합니다.

고노와다 밥이 나오는 동안 와규 초밥과 군함 말이 형태의 문어초밥을 먹었습니다.

락교로 입가심을 하고 고노와다 비빔밥을 먹었습니다.

해삼 창자 젖인 고노와다와 고명으로 올려진 성게알과 날치알, 연어알이 잘 어우러져 입안이 개운하고 맛깔스럽습니다.

배가 잔뜩 불러 더 이상 먹을 수 없습니다.

이노 고시라 고로는 어떻게 그렇게 많이 먹을 수 있는지...


어쨌든 식사 후에 그가 꼭 하는 말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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