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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Mar 19. 2019

서울식 불고기판을 사다.

내가 사는 남양주에는 길가에 벼룩시장이나 대형 주방용품 판매점이 여러 개 있습니다.

새로 개업을 하기 위해 식당에 필요한 물품을 도매로 사가기도 하고 장사를 하다가 접고 물품들을 통째로 싼값에 내어 놓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대형 냉장고부터 각종 주방기구, 그릇, 숟가락, 젓가락까지 없는 게 없습니다.

요즘은 이런 곳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천천히 둘러보면 쓸만한 것을 싼값에 득템 할 수도 있습니다.


식당이 너무 많이 생기고 너무 많이 망한다고 합니다.

식당의 폐업률을 가지고 통계의 오류니 가짜 뉴스니 하는 논란이 있기도 합니다.

아무튼 없어지는 식당이 많은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진열되어 있는 물건들을 보며 물건들의 사연이 느껴집니다.
희망을 갖고 식당을 차렸다가 장사가 안되어 인테리어 비용 날리고 물건들을 헐값에 팔아버린 수많은 사람들의 애환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넓은 매장을 천천히 돌아보는데 직원이 다가와 말을 겁니다.

식당을 하실 거냐고, 업종을 얘기하면 컨설팅부터 세팅까지 해 줄 수 있다고 합니다.

퇴직하고 식당 하려는 사람으로 보였나 봅니다.

동으로 만든 옛날식 구멍 뽕뽕 뚫린 불고기판을 하나 샀습니다.
양은이나 스텐레스로 만든 것보다 묵직하고 좋아 보였습니다.

어릴 때 집에 이게 있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를 다닐 때도 부드럽고 국물이 자작한 서울식 불고기를 종종 먹었습니다.

어제저녁에 집에서 서울식 불고기를 해 먹었습니다.

아내가 비슷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당면도 건져먹고 불고기 국물에 밥도 비벼먹었습니다.

어릴 때 생각도 나고 회사 다닐 때 생각도 났습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음식에는 사연도 있고 추억도 있습니다.


양념이 눌어붙은 불고기판과 식탁용 가스레인지는 트리오로 박박 문질러 잘 닦아놓았습니다.

그래야 또 얻어먹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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