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에서의 추억

by 이종덕

내가 다니던 회사는 예술의 전당 맞은편에 있었습니다.

일을 하다가 의자만 돌리면 우면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풍광이 좋은 곳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해 아쿠아 육교를 건너 우면산에 오르고 대성사를 지나 예술의 전당 광장으로 내려오는 아침 산책길은 내가 참 좋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비 내리고 눈이 쌓이고 온갖 꽃이 만발하기도 하고 단풍이 곱게 들기도 하며 매일매일 다른 모습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아침마다 우면산을 오르며 사색의 시간을 갖고 몸에는 생기를 불어넣으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아쿠아 육교에서 우면산으로 오르는 입구입니다. 분수에서 물을 뿜고 꽃이 피기 시작하는 봄날에는 마치 천국으로 들어가는 문 같습니다)


예술의 전당 IBK홀 앞마당에는 세계 음악 분수대가 있습니다.

점심을 빨리 먹고 아니면 퇴근 후에 이곳에 오면 감미로운 음악과 물줄기들이 만들어 내는 멋진 분수쇼를 볼 수 있습니다.

요즘처럼 초여름 저녁에는 우면산에서 내려오는 시원한 바람과 분수쇼 그리고 가족이나 연인들의 편안하고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것도 참 좋았습니다.

푸드트럭에서 간단한 요깃거리를 사서 캔맥주를 홀짝거리며 그냥 넋 놓고 앉아만 있어도 힐링이 되었습니다.

그곳에 오는 여자들은 왠지 세련돼 보이고 예뻐 보입니다.

모짜르트 카페도 내가 자주 가던 곳입니다.

손님이 찾아오면 회사 근처에도 조용한 카페가 많지만 모짜르트카페로 갔습니다.

손님들이 아주 좋아했습니다. 분위기도 창밖 경치도 좋고 그곳에서 커피를 마시면 은근히 폼이 나는 것 같기도 하거든요.

얼굴 하얗고 손가락이 긴 카페의 여직원이 참 이뻤습니다.

자주 가서 내 얼굴을 알아볼 때쯤 호주머니에서 사탕을 두어 개 건네주었더니 생긋 웃으며 받더군요.

나름 작업을 걸어본 건데 전혀 경계하는 기색이 없었습니다.

그냥 맘씨 좋은 영감탱이로만 보였나 봅니다.

딸에게 얘기를 하니 호주머니에서 사탕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낄낄거렸습니다.

(눈이 아주 많이 내린 어느 겨울날 모짜르트 카페입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아주 오래된 추억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제는 예술의 전당을 가려면 전시회나 공연을 보기 위해 큰 맘을 먹어야 갈 수 있는 곳이 되었습니다.

(오페라하우스 계단 옆 단풍입니다. 유난히 화려하게 불타 오르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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