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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Aug 02. 2019

아내와 동거생활

본격적으로 아내와 동거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결혼한 지 40년이 가까이 되었지만 내가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은 새벽에 집을 나서고 늦은 밤에 귀가를 하는 일이  대부분이었고 출장을 자주 다녀서 아내와 오랜 시간을 함께 있는 일은 아주 드물었습니다.


퇴직 후의 첫여름, 일본으로 여행을 가려고 계획을 세웠었는데 때가 때인지라 깔끔하게 포기를 했습니다.

아내에게 어디 가까운 곳이라도 가자고 하니 맨날 노는데 선선해지는 비수기 때 가자고 합니다.


장마가 끝나니 바로 폭염입니다.
비가 와서, 너무 더워서 일주일째 가급적이면 외출을 안 하고 있습니다.

아들도 수련회를 떠나서 온종일 마누라와 단둘이 붙어있습니다....

하지만 마눌님은 거실에 나는 서재방에 콕 박혀있으니 얼굴 마주칠 일이 별로 없습니다.

아들마저도 집에 없으니 밥 얻어먹기는 더 어려워졌습니다.

기왕에 그렇게 된 거 내가 먼저 제안을 했습니다.

며칠 동안이라도 집에서 밥해먹지 말자고...

어제는 오전에 비가 차분하게 내렸습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마누라와 아점하러 나갔습니다.

순댓국이 정말 맛있네요.

편백나무 찜기에 담아져 나오는 수육이 아침부터 소주를 땡기게 합니다.  

접시에다 주지 않고 숙주를 밑에 깔고 순대와 수육을 찜틀에 쪄서 주니 고기가 촉촉하고 냄새도 나질 않아 참 맛이 있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집에 갈 땐 운전 당신이 해라.....
난 한잔해야겠다. ㅎㅎ


오늘은 무척 덥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 듯합니다. 가뜩이나 더운데 쪽발이들 하는 짓이 더 열 받게 합니다.

오늘도 냉장고 뒤져서 대충대충 먹다가 점심 겸 저녁을 먹으러 나왔습니다.

오늘같이 더운 날 밥 차려 내라는 건 내가 생각해도 아닌 것 같습니다.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는데 한 끼라도 입맛 땡기는걸 먹자는 생각에 보리굴비와 간장게장에 밥을 먹었습니다.
영 입맛이 없었는데 두 가지 다 밥도둑이 맞습니다.  


밥 달라는 소리 안 해서 착하다며 마누라가 계산을 했습니다.
늙으나 젊으나 말을 잘 들어야 잘 얻어먹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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