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종덕 Aug 19. 2019

어떤 음식은 그리움입니다.

오늘 아침은 제법 선선합니다.


지난주에는 비가 오락가락했다가 온도가 치솟아 몹시 습하고 무더웠습니다. 입맛도 없고 몸이 무거웠습니다.

혼자 계신 어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이런 무더위에 혼자 잡수시겠다고 뭘 만드시고, 제대로 챙겨 드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머니 집에 들러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모시고 나왔습니다.

뭘 드시고 싶냐고 여쭤보니 그냥 반찬에 밥을 드시고 싶다고 하십니다.

그렇군요.

밥을 짓고 찌개를 끓이고 밑반찬 서너 가지를 꺼내서 누군가와 함께 먹는 식사.. 지극히 평범한 식탁인데 혼자 계시니 그렇게 하시기가 쉽지 않으셨겠지요. 그리고 번거롭고 귀찮아서 대충 드셨을 겁니다.

조금 고민을 하다가 한정식은 어머니와 둘이서 너무 과한 것 같아서 한일관에 모시고 갔습니다.

정갈한 밑반찬 서너 가지와 방짜유기에 끓여낸 연한 불고기 그리고 잘 익은 어리굴젓과 빈대떡으로 구성된 점심메뉴를 먹었습니다.


맛있게 잘 잡수시네요. 마지막에 나온 우거짓국 까지 다 드셨습니다. 저도 핑계 김에 잘 먹었습니다.


다만, 한일관은 아버지 살아계실 때 모시고 오면 참 좋아하시던 곳이라 밥 먹는 내내 아버지 생각이 났습니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맞은편 자리에 어머니와 나란히 앉아 계셨을 텐데
아버지는 빈대떡에 어리굴젓을 올려서 잡수시는 걸 참 좋아하셨습니다.

그리고 어느 식당에 가든 맛있게 잘 먹었다고 칭찬을 듬뿍하고 나오시곤 했습니다.

어머니도 말씀은 안 하셨지만 영감님 생각이 나는 눈치였습니다.


어머니 집으로 돌아와 과일 먹고 어머니 침대에서 낮잠을 늘어지게 잤습니다.


어떤 음식은 진한 그리움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내와 동거생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