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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Oct 19. 2019

어머니와 함께 국수를 먹으며...

한 달에 한번 어머니와 데이트하는 날입니다.

올 연초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로 계신 어머니를 모시고 한 달에 한번 어머니와 단 둘이서만 맛있는 것 먹고 커피 마시는 월례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말이 데이트지 그냥 말동무해드리고 여기 이프다 저기도 아프다 하소연 들어드리고 밥 한 끼 함께 먹는 게 전부 다입니다.

오늘은 국수가 잡수시고 싶다 하십니다.

아버지가 국수를 좋아하셔서 이따금씩 국수를 해 드셨는데 혼자 드시겠다고 국수를 삶고 국물을 내는 일이 귀찮고 번거로워 아버지 돌아가신 후에 한 번도 국수를 안 드셨다고 하십니다.

나도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는 멸치다시로 국물을 낸 국수에 신 김치를 올려 먹는걸 참 좋아합니다.

그냥 집에서 해 먹자고 하시는걸 바람도 쏘일 겸 나가서 먹자고 모시고 나왔습니다.

마땅한 국숫집을 찾기 어려워 국수전골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서 국수전골 정식이란 걸 먹었습니다.

서너 가지 사이드 메뉴와 소고기 국수전골이 나오는군요.

날씨가 제법 쌀쌀한데 국수 한 그릇을 먹으니 이마에 땀방울이 맺힙니다.

맛있습니다.

어머니도 잘 드십니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백석의 시입니다.

국수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어머니를 모셔다 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유난히도 가을을 타는 어머니의 모습에 마음이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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