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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Nov 10. 2019

굴튀김과 하이볼의 기막힌 조화

굴이 맛있는 계절입니다.


요즈음의 굴은 바다의 맛과 향이 흠뻑 스며들어 있습니다.

굳이 요리를 하지 않아도 옅은 소금물에 슬쩍 헹구어서 그대로 먹는 생굴은 맛도 좋을 뿐 아니라 몸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튀김은 신발을 튀겨도 맛이 있다고 하는데 굴튀김의 맛은 말로 따로 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제는 예순두 살씩이나 먹은 내 생일이었습니다.

딸과 사위가 밥을 사준다고 해서 생일밥 얻어먹으러 나갔습니다.

뭘 드시겠어요? 사위가 고민을 하길래 “그냥 술이나 한잔하며 얘기나 하자 나는 너희들과 얘기하는 게 제일 재미있더라” 하여 애들이 사는 집 동네의 조그만 일식집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우선 굴튀김을 주문하고 너무 과하지 않은 하이볼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맥주는 배가 부를 것 같아 하이볼을 먹기 시작했는데 이게 굴튀김과 기가 막힌 조화를 이루는 것이었습니다.

술을 마시기 위해 안주를 먹는지 안주 때문에 술을 마시는지 모를 정도로 맛이 좋았습니다.

하나뿐인 손주가 어느새 많이 자라서 생일카드를 만들어 주고 “해피 벌스 데이 투 하찌”하며 생일 축하 노래도 불러 주었습니다.

사는 게 심드렁하고 슬슬 재미없어질 무렵에 새로운 기쁨이 찾아왔습니다.

행복한 생일입니다.

그래서 늙으나 젊으나 살기 마련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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