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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Nov 17. 2019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팥죽

11월은 쓸쓸합니다.

날씨도 을씨년스럽고 12월처럼 화려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또 한 해가 다 지나갔다는 허전한 마음이 드는 계절입니다.


서초동에서 약속이 있어 나왔다가 시간이 남아 예술의 전당 한 바퀴 돌아봤습니다.

온통 낙엽뿐입니다.
우면산 바람에 몸이 꽁꽁 얼었습니다.
오랜만에 백년옥 동지팥죽 한 그릇 먹었습니다.
뜨거운 팥죽 한 그릇 먹으니 몸이 풀어지네요.
조그만 종지에 설탕과 소금이 있었지만 슴슴하고 구수한 팥죽의 맛을 그대로 느끼려고 넣지 않았습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이 집의 팥죽은 팥을 너무 곱게 갈았습니다.

물론 맛은 좋지만 팥죽은 팥 알갱이도 씹히고 조금 거칠어야 제맛입니다.

곽재구 시인은 천관산 자락의 회진포구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팥죽집이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회진 장터의 모퉁이에 있는 허름한 이 팥죽집의 팥죽이 맛있는 이유는 “인생유전”...
팥죽을 먹는 동안 주인 할머니의 험하고 깊었던 세상살이의 얘기를 얻어 들었기 때문이라 했습니다.  

저도 지인과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다 보니 정말 맛있게 팥죽 한 그릇을 비웠습니다.


오후에는 정동길을 지나 한양도성 순성길을 따라 돈의문 터 방향으로 걸어 보았습니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 이렇게 한적한 곳이 있군요.
길고 고즈넉한 골목길에는 고요함만이 깃들어 있습니다.
낙엽 뒹구는 소리뿐입니다.


이렇게 또 한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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