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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Dec 05. 2019

국수 먹으러 돌아다니기

고독한 미식가 따라 하기 4

국수를 참 좋아합니다.

하루 세끼 국수만 먹으라고 해도 먹을 수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점심때마다 국수를 먹었습니다.

날씨가 쌀쌀해지니 외출할 때마다 뜨끈한 국물의 국수를 먹게 되는군요.

국수는 면발도 중요하지만 국물이나 소스의 맛이 국수의 맛을 좌우하지요.


국수는 형태와 맛이 다를 뿐 전 세계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먹어온 음식입니다.


지난주에 먹은 네 그릇의 국수를 소개합니다.


나가사키 짬뽕

일본은 국수 요리를 다양하게 많이 먹는 나라입니다.

일본 사람들이 주로 먹는 국수는 우동과 소바 그리고 라멘입니다.

간단하게 말해 우동은 밀가루로 면을 뽑은 것이고 소바는 메밀가루로 면을 뽑은 것입니다. 라멘은 우리나라의 라면과는 달리 생면을 주로 사용합니다.

중국에서 도입되어 일본화된 나가사키 잔폰은 아직은 일본국수로 자리잡지는 못했다고 봐야 합니다.

나가사키 지역의 향토음식 정도로 보면 됩니다.

나가사키 잔폰의 원조는 나가사키의 차이나타운에 있는 “시카이 로우”입니다.

수년 전에 어렵게 시카이로우의 원조 나가사키 잔폰을 먹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돼지고기, 표고버섯, 죽순, 파 등을 넣어 끓인 육수에 면을 말아먹는 잔폰은 결정적으로 별 맛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일부 일식집에서 파는 나가사키 짬뽕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성과 입맛이 가미되어 훨씬 맛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에 하얀 국물 라면인 꼬꼬면 열풍에 힘입어 삼양식품에서 인스턴트 나가사키 짬뽕을 출시하여 한동안 인기를 끌었고 그것이 우리나라에 나가사키 짬뽕이 본격적으로 소개된 계기였다고 생각됩니다.

사진은 하남시 망월동에 있는 “담아내기”라는 일식집의 나가사키 짬뽕입니다.

꽃게와 홍합, 오징어 등 해산물이 푸짐하게 들어있어 국물이 시원하고 건져 먹을게 많습니다.

추운 날씨였는데 몸을 확 풀어주더군요.


그냥 짬뽕

짬뽕은 짜장면과 함께 어릴 때 추억이 묻어있는 음식입니다.

그런데 요즘 짬뽕의 맛은 옛날에 먹던 그 짬뽕의 맛이 아닙니다. 대체적으로 너무 맵고 풍미가 떨어져 국물까지 다 먹기에는 뭔가 부족한 느낌입니다.

맛이 변한 건지 식성이 변한 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짬뽕은 여전히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요즘에는 짬뽕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체인점이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조금 한다 하는 짬뽕집의 짬뽕은 일부러 찾아다니며 먹어 보았지만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 맛과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군산에는 복성루를 비롯해 짬뽕집이 유난히 많은데 얼마전에 뉴스를 보니 군산에 짬뽕특화 거리를 조성한다고 합니다.

군산은 역사적, 지리적 특성으로 일제 강점기에 중국사람들이 많이 살았고 그들이 먹던 초마면이 짬뽕으로 발전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짬뽕은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wok을 뜨겁게 달구고 식용유를 가열하여 여러 가지 재료와 양념을 넣고 재빠르게 볶습니다.

재료가 어느 정도 익으면 육수를 더하는데 오래 끓이지 않고 순식간에 데워냅니다.

소위 “불맛”을 내기 위함입니다.

아마도 이 불맛을 제대로 살리는 것이 짬뽕의 맛을 좌우하지 않나 싶습니다.

“재료가 불을 삼키면 불맛이고 불이 재료를 삼키면 탄맛”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불맛을 좋아합니다.

실제로 고기도 직화로 구어야 훨씬 맛이 있지 않습니까?

구리시에 있는 중국집 “도화”의 짬뽕입니다.

내가 먹어본 짬뽕 중에 가장 옛날 짬뽕의 맛에 근접해 있습니다.

불맛이 제대로 살아 있습니다. 지나치게 맵거나 짜지 않아 편안하게 국물까지 다 마셨습니다.


베트남 쌀국수

쌀국수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겨울비가 온종일 내리던 지난주 어느 날 끼니때를 놓쳐 그냥 눈에 띄는 쌀 국숫집에서 우삼겹 쌀국수를 먹었습니다.

베트남 쌀국수는 스시나 똠양꿍처럼 세계화된 음식입니다.

우리나라에도 곳곳에 쌀 국숫집이 많이 있습니다.

쌀국수는 특별히 잘하는 집, 맛집이 따로 없습니다.

어느 쌀 국숫집에를 가나 맛의 차이가 거의 없고 보편적인 맛입니다.

쌀 국숫집에 가면 식탁에 검은 소스와 빨간 소스가 세팅되어 있는데 해선장과 칠리소스입니다.

회사 다닐 때 여직원들과 쌀국수를 종종 먹었는데 그들이 한결같이 해선장 소스는 한 바퀴, 칠리소스는 세 바퀴를 돌려 3:1의 비율로 국물의 간을 맞춰 먹어서 저도 그렇게 먹고 있습니다.

쌀국수를 먹을 때는 숙주와 고수를 얹어 먹는데 적당히 데쳐진 숙주와 고수는 그 자체도 맛이 있고 국물도 시원하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쌀 국숫집 이름에는 앞에 pho가 붙은데 pho자체가 쌀국수라는 뜻이고 프랑스 요리인 야채수프 뽀오페( pot au

feu)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프랑스 식민지였던 베트남에서 뽀오페가 현지화된 음식이 베트남 쌀국수인 것 같습니다.

서초동의 어느 쌀 국숫집인데 상호는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차돌박이나 양지가 아닌 우삼겹살을 직화로 구어 고명으로 올려져 있었는데 잘 어울리는 맛이었습니다.


멸치국수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겨먹는 국수는 칼국수라고 합니다.

저는 개운하고 깊은 국물 맛 때문에 멸치국수를 좋아합니다.

예전에 아내에게 “간단하게 멸치국수나 해 먹자” 했다가 한소리를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게 간단하게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는 음식이 아닌 것이지요.

멸치국물을 비리지 않고 씁쓸한 맛이 없도록 만드는 것은 보통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멸치국수에 김가루, 잘게 썬 김치, 유부 등을 고명으로 올린 국수를 잔치국수라고 합니다.

잔치국수도 맛있기는 하지만 멸치육수를 제대로 잘 뽑아낸 멸치국수는 고명이 오히려 국수의 맛을 방해합니다.

김가루는 국물을 탁하게 만들고 김치 고명은 멸치육수 본연의 맛을 가립니다.

마천동 “기와집 양곱창”집의 멸치국수입니다.

양대창 구이를 먹고 나서 후식으로 먹는 국수지만 저는 이 집의 멸치국수를 먹기 위해 양대창을 먹으러 갈 정도로 이 집의 멸치국수는 맛이 일품입니다.

특히나 얼갈이배추와 열무로 담근 시큼한 김치는 멸치국수와 환상의 조합입니다.

행주국수 입니다.

행주산성에 있는 소문난 국수맛집 입니다.

소문난 만큼 맛이 좋고  사람이 많지만 국수 한그릇 먹는데 5분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회전이 잘되어 오래 기다리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양념장은 식성에 맞게 적당히 넣어 먹으면 되지만 조금만 넣는게 좋습니다.


지금 글을 쓰면서도 갑자기 출출해지며 입에 침이 고입니다.

겨울밤은 깊어 가는데 큰일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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