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은퇴한 지 2년이 되었습니다.
“종덕이 아줌마”
딸이 지어준 별명입니다.
이제 설거지도 잘하고 청소를 비롯한 집안 살림을 여느 주부 못지않게 잘하기 때문입니다.
무엇 보다도 종덕이 아줌마라는 별명이 붙여진 결정적 계기는 초저녁 시간에 TV에서 방영하는 막장 일일 드라마를 빼놓지 않고 넋을 놓고 보기 때문입니다.
욕을 하면서도, 답답해하면서도 이것들을 매일 보는 나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지만 중독성이 있습니다.
권선징악의 순간을 기다리며, 이따금씩 나오는 사이다 같은 장면에 매료되어 TV 앞에 앉아 있는 것입니다.
더 웃기는 것은 드라마를 보며 마구 흥분을 하고 어떤 때는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생각해도 아줌마와 아저씨의 중간쯤 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내가 막장 스토리를 좋아하는 것이 요즘 들어 생긴 새로운 성향은 아니었습니다.
기억도 나지 않는 오래전에 나는 시드니 셀던의
“The other side of midnight”를 밤을 꼬박 새워 푹 빠져 한번에 다 읽은 적이 있습니다.
프랑스 시골처녀인 “노엘”의 남자들과 엮인 막장 스토리인데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반전과 복수...
비단 막장드라마뿐만 아니라 넷 프릭스에서도 리벤지 영화를 두루 섭렵한 것을 보면 내가 알지 못했던 그러한 성향이 잠재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많아지면서
삶이 단순해지면서
잠자던 성향이, 감춰져 있던 본성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