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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Jul 31. 2022

식품에 소비기한을 도입한다는데…

오래간만에 “비전문가의 식품이야기” 섹션에 글을 쓰게 되었네요.


2023년부터 식품의 유통기한 표시가 “소비기한”으로 바뀝니다.

유통기한은 소비자가 마트에서 식품을 구매할 때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것이고 그 역할은 사실상 판매를 할 수 있나, 없나의 기준이 되어왔습니다.

하지만 유통기한 범위 내의 식품을 구입했다 해도 어차피 소비자의 냉장고 안에 들어가게 되면 유통기한의 의미는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말 그대로 유통할 수 있는 기간이지 못 먹게 되어 버려야 하는 기준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유통기한이 지나 업체에 반품되어 폐기되는 식품의 양은 실로 어마어마했습니다.

이걸 줄여보자는 것이 소비기한 도입의 취지인 것 같습니다.

소비기한이 도입되면 식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길어질 것이고 그만큼 회수되어 폐기되는 양도 감소하긴 할 테지요.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 효과가 그다지 크지는 안을 것 같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유통기한이든 소비기한이든 판매자의 손을 떠나면 큰 의미가 없어지고 소비자는 여전히 냉장고에 있는 식품을 꺼내어 육안으로 살펴보고 냄새를 맡아보고 별 문제가 없다고 스스로 판단되면 섭취를 할 것입니다.


식품은 종류가 다양하고 식품마다 성분과 형태가 모두 다릅니다.

보관방법에 따라, 조건에 따라 가용 기간이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유통기한이든 소비기한이든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고 실험과 연구를 통해 각각 식품의 조건에 맞는 기한을 설정하여 정해야 하는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나 중소기업에서는 어렵고 비용도 많이 발생합니다.


현행 유통기한의 도입 초기에도 이러한 문제 때문에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고 정부는 권장 유통기한이라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그 범위 내에서 유통기한을 설정하게끔 조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소비기한을 도입하여 실행하기 위해서는 소비기한 설정을 위해 똑같은 작업을 해야 할 것이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것이며 한동안 소비자들의 혼선도 예상됩니다.


오후에 백화점 지하에 있는 식품매장에 가면 각종 반찬이나 반조리된 생선 등을 오전에 비해 거의 반값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판매자의 편의와 소비자의 니즈가 반영된 판매 방식입니다.

제품에 하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소비자는 자신의 선택에 의해 구매하여 자신의 책임하에 식품을 소비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예도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입장에서는 깊이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는 생각입니다.


지금이라도 소비기한의 도입이 백에 하나 득 보다 실이 많은 것은 아닌지 잘 점검하고 본전이면 안 하는 게 낫습니다.

국민의 습관과 익숙함을 바꾸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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