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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구 Sep 25. 2019

당신은 개척자인가? 아니면
수호자인가?

이종구 박사의 다양성 칼럼

얼마 전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과 독일의 경기는 그야말로 축구 역사상 명 게임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 게임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것은 단순히 FIFA 랭킹 57위의 한국이 1위인 독일을 이겼다는 것만이 아니다. 개개인의 몸값이나 객관적인 실력이 큰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투지와 조직력으로 승리했다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아무리 날고 기는 개인들이 모여도 팀워크가 따라주지 않으면 목수가 너무 많아서 집이 무너지는 법이다.


기업 조직도 마찬가지다. 때때로 능력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는 경우를 본다. 물론 대부분 리더십이나 인력 관리의 문제라고 쉽게 얘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갈등이 있었고, 무엇이 원인이었는지 또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딜로이트의 전문 컨설턴트 두

사람이 제시한 4색 스타일은 그러한 조직 문제 해결에 실마리를 제할 만한 꽤 흥미로운 접근법이다.


그들은 무려 약 19만 명의 직장인을 연구 분석하여 4가지 일반화된 업무 스타일을 정의했다. 그리고 각 스타일 간에 발생하는 갈등을 어떻게 다루어야 효과적인지 제시했다.

첫째 스타일은 ‘개척자(Pioneer)’로, 이들은 가능성을 가장 큰 가치로 보고 팀에 엄청난 에너지와 상상력을 불어넣는다. 진보를 위한 위험은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고 과감히 감수한다. 또한 주로 큰 그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접근법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다음 스타일은 ‘수호자(Guardian)’로, 안정성에 가치를 둔다. 이들은 엄격하면서도 실용적이다. 또한 팩트와 데이터에 의존하기 때문에 세심한 반면 위험을 감수하는 일은 주로 피한다. 

다음 스타일은 ‘구동자(Driver)’로, 도전과 모멘텀을 가치로 여긴다. 이들은 결과를 중시하고 승리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단지 이슈가 생기면 흑백의 논리로 보는 경향이 있어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논리를 가지고 문제와 싸우는 기질이 강하다.

마지막으로 ‘통합자(Integrator)’ 스타일로, 관계와 협력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이들은 모든 일은 관계에 의해서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그래서 대부분 사교적이고 합의를 이루어 함께 나아가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다.


이론적으로는 4색 스타일로 고르게 구성된 조직은 인지 다양성(Cognitive Diversity)이 높기 때문에 잘 어울리면 창의력과 혁신으로 보답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실상 현실은 서로 다른 스타일로 인한 갈등 때문에 원하는 결과가 잘 나오지 않는다.

출처: Harvard Business Review


예를 들어 수호자 스타일은 세부계획을 하나하나씩 짚어보는 것을 선호하지만, 개척자에게는 그것은 일종의 곤욕이다. 반면에 개척자는 특별한 어젠다나 구성없이 직접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실행할 것을 요구하지만, 수호자는 그 내용에 상관없이 비현실적인 접근법에 저항을 한다. 한편 구동자는 보통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이 받

아드리지 않으면 좌절하고, 통합자는 사소한 것에도 민감하여 무시당하는 것으로 여기고 크게 반항을 한다.


그럼 리더는 4색 스타일의 사람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첫 단계는 당연히 팀원들이 각각 어떤 스타일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팀원들의 스타일 차이로 어떤 갈등이 일어나는지 확인해야 한다. 반면에 스타일의 차이가 잠재적으로 어떻게 서로 보완되어 긍정적 효과를 얻을 것인지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딜로이트의 전문가들은 리더가 4색 스타일의 조직을 긍정적으로 이끌기 위해, 중요한 3가지 실천 해법을 제시한다.


첫째, 반대 스타일과 가까이하라는 것이다. 사실상 조사해보면 거의 50% 이상의 사람들이 반대 스타일과 일하는 것을 싫어한다. 예컨대 어느 구동자가 왜 통합자와 일하는 것이 싫은지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모든 사람이 이해할 때까지 계속 토론하는 것에 지쳤습니다. 그냥 각자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일이 빨리 진행되기를 원하는데 그 사람(통합자)은 왜 그리 민감한지 모르겠네요.” 한편 어느 개척자가 말한다. “나는 수호자와 같이 일을 하는 것이 정말 어려워요. 뭔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진행하려 하면 항상 그 사람이 와서 부정적인 면만 늘어놓아서 번번이 막히고 말지요. 내 생각은 전혀 빛을 보지 못합니다.”


반면에 반대 스타일이 만나 오히려 서로 보완이 되어 훌륭한 균형을 이루는 경우도 발견했다. 물론 어느 정도의 시간과 노력이 따라야 한다. 실험에서 어느 수호자와 개척자가 한 팀이 되었을 때, 초기에는 서로의 차이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마음의 문을 열고 소통하면서 완벽한 파트너십을 이루었다. 예컨대 개

척자는 프레젠테이션에 매우 능숙하지만 참을성이 부족하여 중요한 부분을 놓칠 때가 있는데, 이때 같은 팀의 수호자가 세심하게 그것을 보완해주면서 완벽성을 기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당신의 반대파와 가까이하려고 노력해 보라. 그러면 생산적인 마찰이 창의적이고 완벽한 팀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를 보라. 세레나와 비너스 자매를 보라. 그리고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을 보라. 그들이야말로 차이를 경쟁력으로 만든 사람들이 아닌가?


둘째, 소수 스타일에 관심을 가지라는 것이다. 조직에서 종종 소수 스타일의 의견이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다양한 관점이 소통되는 조직이라도 다수 스타일이 이미 정해놓은 흐름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리더가 개척자 스타일이어서 빠른 진행을 원하는 경우, 팀의 다수가 같은 개척자이거나 구동자 스타일이면 초기에 흐름을 정해버리는 이른바 ‘캐스케이드(Cascade)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면 획일적인 집단적 사고로 운영되는 조직이 되기 쉽다. 그러면 캐스케이드 현상을 방지하고 소수 스타일의 관점을 끌어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만약 팀에서 수호자가 소수인 경우 그들에게 미리 주제와 시간을 주고 준비하게 하거나, 그들에게 먼저 발언권을 주는 등의 방법론이 있다. 또한 그들만의 편안한 방식으로 의견을 개

진하는 메일이나 채팅과 같은 채널을 통하는 방법도 유용하다.


셋째, 내성적인 직원에게도 주의를 기울이라는 것이다. 리더가 아무리 스타일의 차이를 고려해서 노력해도 의견을 잘 피력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원래 성격이 내성적이거나 민감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공동의 관심사에 흥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리더들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주로 수호자 스타일에 이런 사람들이 많고 다른 스타일보다 훨씬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혹자는 질문한다. 왜 우리가 굳이 내성적인 사람들에게까지 신경을 써야 할까? 하지만 전문가들은 내성적인 사람들도 조직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그들은 대부분 도덕적인 면에 철저하고 문제에 많은 시간을 집중하기 때문에, 잠재적인 위험이나 에러를 미리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그들이 편안하다고 느끼면 대

체로 잘 경청하고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의 좋은 아이디어를 부각하며, 보통 사람이 꺼려하는 업무를 도맡아 해주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 정도면 충분히 포용하여 같이 일할 만하지 않을까?


이제껏 언급한 4색 스타일은 단지 사람의 업무 스타일을 약간 일반화하여 분류한 것이다. 모든 사람을 4색 스타일로 묶어 제한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누구나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있고 그것은 서로 부딪치기 마련이라

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을 열고 소통하면서 다른 스타일을 얼마만큼 이해하고 수용하는가이다. 축구 경기처럼 골대를 향해 가면서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은 다른 선수의 지원을 받고, 내가 잘하는잘 하는 기술로 도와주면서 결국 골을 만들어 내면 이것이 바로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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