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종구 Sep 19. 2019

슈퍼맨은 요즘 사람이 아니야

이종구 박사의 다양성 칼럼

기업들이 비즈니스에서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가 획일성 때문이라는 것을 많은 기업인이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집단적 사고(Group think)에 의해서든 일부 리더의 독단적 생각에 의해서든 편협한 아이디어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기업 비즈니스의 대부분은 하나의 특정 분야를 넘어 이른바 융합 비즈니스를 잘 다루어야 성공할 수 있다. 그 만큼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과거처럼 한 사람의 슈퍼맨이 해결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들이 너무 많다. 유명한 여성 기업가이자 강연자인 마가렛 헤퍼넨(Margaret Heffernan)은 ‘다양한 능력의 사람들이 서로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협력하는 환경이어야만 오늘의 까다로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고의 다양성이 매우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조직에서 다양한 사고들이 잘 조화를 이룰까? 바로 공감 능력을 높이면 된다. MIT의 토마스 말론(Thomas Malone) 교수는 조직의 문제해결 능력을 실험하는 연구를 했다. 연구 대상은 높은 지능지수를 가진 집단, 높은 감성지수를 가진 집단 그리고 높은 공감지수를 가진 집단으로 나누었다. 실험 결과, 높은 공감지수를 가진 집단의 문제해결 능력이 제일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다니엘 핑크는 그의 저서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 공감이란 자신을 다른 사람의 처지에 놓고 생각하며 그 사람의 느낌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즉 내가 다른 사람이 되었을 때 어떤 감정을 느낄지 생각해 보는 것으로, 대담한 상상행위이며 그 사람의 마음을 타고 오르는 아찔한 행동이라고 했다. 기업 조직에서 공감은 실로 높은 수준의 팀워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까지 공감 능력은 그저 속세의 이해관계에서 초연하기를 요구하는 자애로움쯤으로 여기거나, 일종의 스킨십 정도로만 취급을 해왔다고 다니엘 핑크는 언급하면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저 또한 당신의 고통을 느끼고 있습니다’라고 했다가 여론의 엄청난 뭇매를 맞았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런 말은 대통령답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일반 사람들은 대통령 정도의 리더는 느낌보다는 생각, 마음으로 공감하기보다는 빈틈없이 계획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오랫동안 여겨왔기 때문이다. 

그림  이연우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감정과는 거리를 두어야하고 차가운 이성으로 사안을 판단하는 능력을 최근까지도 중시해 왔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빠르고 복잡하게 돌아가는 21세기의 융합 비즈니스는 리더 한 사람의 차가운 이성과 뛰어난 판단 능력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거대한 산이다. 단지 다양성이 모여 공감하고 협력해야만 이 거대한 산을 극복할 수 있다. 대니얼 골먼(Daniel Goleman)은 그의 저서 ‘정서지능(Emotional Intelligence)’에서 ‘공감 능력이 지능적 능력보다 중요하며 세상은 공감 능력자들의 소리에 귀 기울일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상 오늘의 정보 기술은 많은 지능적 능력을 대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법률분야를 보자. 대부분의 법률지식은 소프트웨어와 인터넷으로 누구든지 거의 실시간 조회가 가능하다. 한때 정보를 독점했던 변호사들의 성역이 무너진 것이다. 그러면 어떤 변호사가 살아남을 것인가? 고객과 공감하는 변호사다. 협상에서 상대의 잠재된 숨은 의도를 잘 파악해 내는 변호사, 배심원들과 공감을 이루며 잘 설득해 나가는 변호사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 공감의 시대인 것이다.       


다니엘 핑크는 공감 능력이 21세기에는 직업적 기술 이상의 의미로, 생활윤리이면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이해하는 수단이자 국가와 민족을 초월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보편적 언어라 했다. 한편 오늘날의 복잡하고 험난한 비즈니스 문제를 한 사람의 판단과 능력에 맡긴다는 것처럼 위험한 일도 없을 것이다. 다양한 모습과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여러 생각들이 서로 공감하면서 문제를 해결해갈 때, 그것이 바로 21세기 비즈니스의 핵심이라 하겠다.

     

작가의 이전글 탈 권위 시대의 가르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