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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구 Oct 14. 2019

세대차가 아니라 다양성이야

이종구 박사의 다양성 칼럼

어느덧 50줄에 접어든 필자에게도 20대 초반의 신입사원 시절이 있었다. 외국에서 공부한 탓에 모 대기업에 정식 공채로 입사한 것이 아니라, 현지 채용으로 귀국 즉시 부서를 배정받아 일을 시작했던, 당시에는 드문 케이스였다. 당시 부서에는 그 흔한 동기도 없이 혼자였고, 행정 담당 여사원을 제외하고는 적게는 2년 많게는 20년 이상을 앞선 선배들뿐이었다.      


속된말로 외국물 먹고 귀국한지 얼마 안된 터라 높은 분이 주재하는 회의석상에서도 거침없이 의견을 쏟아내고, 잘못되었다고 판단되는 선배들의 의견에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무서운 반론을 가했다. 그리고 그러한 공격적인 행동들에 의해 어떤 선배들은 상처를 받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힘들어 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엔지니어였던 선배들의 성정은 대부분 온화했지만 표현하는 데에는 좀 서툰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저 그렇게 하는 것이 회사를 위하는 길이고 본인의 미래를 위하는 길이라 생각했다.      


이것이 1990년대 초, 집단공동체를 중시했던 이전 세대들에게 일침을 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기적이라고 냉소를 받았던 바로 X세대의 전형적인 사회 입문 과정이었다. 돌이켜보면 당시는 정치적으로 오랜 독재에서 벗어나 문민정부가 처음으로 들어섰고, 자유주의 사상이 젊은 세대들을 지배하고 있었던 터라 선배들은 이전 어떤 세대보다도 당시의 신세대를 두려워했던 것 같다. 


이제 시간이 흘러 밀레니엄을 넘어선지도 거의 20년이 되었고 그 사이에 밀레니얼 세대로 대표되는 Y세대(1980-1990초반 태생), Z세대(1990중반 이후 태생)등 또 다른 신세대들이 등장했다. 그래서 오늘날의 기업 조직에는 과거 어떤 시기에도 보지 못했던 여러 세대, 즉 베이비붐 세대에서 밀레니얼 세대에 이르는 멀티 세대가 혼재해 있다.      


그림   이연우



여기에서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그러면 기업이 세대마다 다른 특징이 있기 때문에 각 세대를 위한 별도의 인력관리나 제도가 필요할까? 오랫동안 인사관리 분야의 전문가로, 특히 세대와 나이에 관한 특성을 연구했던 캐더린 미첼(Kathryn Mitchell)은 단호하게 아니라고 대답했다.     


여러 학자들이나 전문가들은 밀레니얼 세대가 그들만의 독특하고 다른 특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 세대와는 달리 직장을 선택할 때 돈보다는 기회를 더 중시하고, 기업가 정신을 최고로 삼으며, 다양성과 평등에 가치를 더 크게 둔다고 말한다. 하지만 캐더린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그것은 세대 간의 문제가 아니라 상황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녀는 여러 사례를 제시하면서 단지 경제, 사회적인 상황에 따른 선택들이 다른 특징으로 보이게 할 뿐, 이전의 세대에서도 같거나 유사한 속성들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2014년 미국의 한 대학에서 Z세대를 대상으로 기업가 정신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63%가 기업가 정신이 배워야 할 최고의 덕목으로 삼았다. 그런데 2013년 유사한 조사 결과에서도 X세대의 41%, 베이비붐 세대의 45%가 어메리칸 드림을 꿈꾸면서 기업가 정신은 키웠다고 응답했다. 어느 세대든 비즈니스에 임하는 자세나 정신은 비슷한 것이다.       


한편 같은 밀레니얼 세대에서도 돈과 기회 중 무엇을 중시하느냐에 대한 답변이 차이가 난다. 한 컨설팅 회사의 2014년에 조사에서, Y세대의 42%가 돈이 중요하다고 응답한 반면 Z세대는 34%가 기회를 중시하고 돈을 선택한 것은 28%였다. 확인 결과, Y세대가 돈이 더 중요한 이유는 그 세대의 당시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집을 장만해야 하거나 결혼하여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돈을 선택한 것이다.         


또 다른 예로 미국의 어느 대학에서 Z세대의 특징들을 언급하면서, 그들 대부분이 양성 평등이나 소수인종과 동성애의 권리 등의 다양성을 더 중시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평등과 다양성의 문제는 노예해방 이후 150년 이상, 1964년 적극적 조치 이후 50년 이상을 성숙하게 유지해온 전 세대적 문제였다. 정말로 맞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 오늘날 오프라 윈프리와 같은 미디어의 아이콘이 탄생하고, 아프리카계 대통령을 맞게 되며 동성애 결혼이 합법화되는 등의 엄청난 진보가 있었던 것이다.      


다시 본연의 질문으로 되돌아가보자. 분명히 각 세대마다 보이는 두드러진 특징들이 있다. 그리고 기업은 그것을 다양성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수용해야 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미래의 또 다른 세대를 포함하여 우리는 세대마다 다르게 관리해야 한다는 강박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그 보다도 먼저 모든 세대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것 즉 회사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더 많은 기회를 찾도록, 나아가 그들 모두가 혁신적인 세상을 만들도록 도우면서 발전시켜야 한다. 기업 안에 누가 어느 세대에 속해있든, 사람이라는 공통분모 안에서 다양한 모든 속성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모습들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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