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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구 Nov 16. 2019

경험은 절대로 늙지 않아요!

이종구 박사의 다양성 칼럼

얼마 전 간만에 인상 깊은 영화 ‘인턴’을 봤다. 사실 필자가 다양성에 관심이 없었다면 아마도 별로 감흥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다양성의 시각으로 영화를 보면서 세대 다양성이 우리 사회나 기업 조직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오늘의 사회는 전통 세대부터 밀레니엄 세대를 지나, 인터넷 제너레이션(Internet Generation)을 일컫는 N세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세대가 공존하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 근간에는 끊임없이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이 있고 경제 전반의 구조를 빠르게 변화시킨다. 기업들 역시 신기술과 역동적인 응용 도구에 힘입어, 혁신적인 개발과 창의적인 마케팅으로 승부를 건다. 물론 이러한 사회를 이끌어 가는 젊은 세대는 디지털 세대답게 발 빠르게 움직이고 적응하면서 살아간다. 반면에 이미 은퇴하거나 은퇴를 앞둔 선배 세대는 자꾸 우리에게 소중한 무엇인가를 잃어가고 있다고 얘기한다. 


영화 ‘인턴’은 세대 간 다른 렌즈를 통해 복잡한 문제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하는지가 중심 주제이다. 즉 디지털 세대의 스마트와 아날로그 세대의 감성이 세대 다양성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문제 해결의 새로운 통찰을 엿볼 수 있다. 


영화의 배경은 인터넷 의류 유통회사를 창업하여 당당히 중견기업으로 일으킨 30세의 당찬 CEO 줄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녀는 일에 한해서는 까탈스러울 정도로 완벽을 추구하면서 열정이 대단하다. 하지만 기업이 성장하면서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고, 가정에서는 전업주부를 자청한 남편과의 갈등, 워킹맘의 역할로 고민이 더해간다. 그녀는 처절하게 시간과 다투면서 도전을 극복하려 했지만, 삶의 무게는 상상 이상으로 감당하기 어려워 점점 지쳐만 간다. 그때 우연히 시니어 인턴으로 채용된 70세의 벤이 줄스를 도우면서 어려움을 풀어가는 내용이다. 


과거에 벤이 부사장까지 오르면서 젊음을 바쳤던 회사는 종이 전화번호부를 만드는 기업이었다. 한때 최고의 기업 중 하나로 주목을 받았지만, 지금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고 바로 줄스의 회사가 그 자리에 들어섰다. 한편 벤은 아내를 잃은 슬픔과 일상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비록 인턴이지만 지원하게 된다. 그의 인턴 생활은 여전히 전통 산업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첨단의 인터넷 상거래 회사에 걸맞지 않은 구식의 타이와 정장 차림으로 출근하고, 태블릿이나 스마트 기기보다는 노트와 만년필을 들고 다닌다. 혼자 일하는 것에 익숙하면서 완벽함을 추구하는 줄스에게는 그런 벤이 처음에는 부담스럽고 다소 못마땅하다. 


하지만 산전수전을 경험했던 벤은 새로운 도전 앞에서 좌절하는 CEO 줄스를 회사 일이든, 가정 일이든 인생의 깊은 통찰로 코칭하면서 문제를 해결해간다. 영화에서 벤은 줄스에게 이렇게 말한다. ‘경험은 절대로 늙지 않아요(Experience Never get Old)’.


출처: 네이버 이미지


오늘의 시대를 다니엘 핑크는 ‘하이컨셉(High Concept)의 시대’라 했다. 즉 기회를 감지하고 예술적 아름다움을 창조하듯이 관계없어 보이는 여러 아이디어를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조하는 능력이다. 줄스는 근면함과 열정으로 하이컨셉에 걸맞은 비즈니스를 성취했다. 하지만 뭔가 부족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하이터치(High Touch)의 능력’이다. 즉 다른 사람과 공감하고 미묘한 인간관계를 잘 다루면서 삶의 의미를 발견해내는 능력이다(다니엘핑크, 한국경제신문, 2005).


하이터치의 능력은 오랜 경험과 자기 성찰을 통해서 얻어지는 감성적인 아날로그 능력이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열정적인 줄스는 디지털적 능력은 뛰어나지만 차마 감성적인 아날로그를 배울 틈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의 삶에 벤의 하이터치 능력이 필요했다. 우리 주변에도 벤과 같은, 즉 느리지만 일일이 노트에 필기하면서 부딪치고, 인내하면서 단단해진 선배들이 있다. 그들은 어느 조직에서나 인생의 멘토가 되어 공감하는 능력을 가르쳐준다. 또한 인내심과 여유가 뭔지도 깨닫게 해준다. 


그런데 그들이 느리다고,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무시하면 우리는 너무나 중요한 가치를 잃는 것이다. 벤은 말한다. ‘손수건은 나를 위해 소지하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빌려주는 것이다’라고. 이제 가끔이라도 마음을 열고 선배들의 생각과 비판을 받아들이면서, 성찰해보는 삶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영화에서 줄스의 동료 임원이 힘들어하는 그녀에게 이런 말을 했다. ‘Try to be opened as possible(가능한 마음을 열려고 노력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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