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박사의 다양성 칼럼
우리가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반드시 소통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 가깝게는 부모와 자녀들부터 친구, 친척, 직장 상사나 동료, 후배, 고객, 파트너 등등. 그리고 휴대폰의 주소록이나 SNS 친구 목록을 보면 그 사람의 소통 경향을 쉽게 알 수 있다. 흔히 소통의 빈도에 따라 관계의 장력이 결정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소통의 빈도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관계가 좋아지리라는 법은 없다. 한집에 살면서 매일 얼굴을 보지만 성격과 라이프스타일이 다른 두 형제나 어떤 고객을 매일 찾아가는데 항상 문전박대를 당하는 영업사원 등을 상상해 보면 소통의 빈도보다는 소통의 질이 인간관계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소통의 질을 높이면서 관계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요소가 바로 피드백이다. 우리는 누구를 만나든 알게 모르게 다양한 피드백을 준다. 사소하게는 오늘 입은 옷이 잘 어울린다느니, 바뀐 헤어스타일이 전보다 매력적이라느니, 상사가 오늘 진행한 프리젠테이션이 인상적이라는 등 누구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기분이 좋다. 그런데 피드백에는 항상 긍정과 부정이 혼재한다. 문제는 부정적인 피드백일 경우다. 피드백의 내용, 방식, 상황 등에 따라서 그 기대효과는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많은 사람이 부정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더라도 상대방이 문제를 교정하여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진심 어린 충고를 한다. 그런데 피드백 받을 사람의 자세다. 대부분은 비판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사실상 많은 사람이 비판을 적대적 행위로 해석하고 방어하려고만 한다. 게다가 여기에 인종이나 성별, 세대, 문화 등 다양성(Diversity)이 얽혀 있으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최근 임원 교육 전문가로 알려진 에린 메이어(Erin Meyer) 인시아드(INSEAD) 교수가 이와 관련하여, 다양성 문제가 피드백 관계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논의한 글이 있어 살펴보려고 한다1. 특히 오늘날의 기업 조직은 전례 없이 4세대가 공존하면서, 피드백 관계는 세대 다양성의 문제와 크게 충돌한다. 각 세대는 누가 누구에게 피드백을 제공해야 하는지, 피드백이 얼마나 공식적이거나 자발적이어야 하는지, 칭찬과 비판이 얼마나 명확하게 표현되어야 하는지 등 생각들이 제각각이다. 그래서 세대별로 피드백을 전달하는 방식과 수용하는 방식이 어떻게 다르고 또한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를 논의해 본다.
베이비붐 세대(현재 50대 후반~ 70대)는 보통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은 세대다. 그들은 대인관계의 효율성과 감성 지능을 중요시하며 피드백은 쌍방 모두를 발전시키는 방법으로 여겼다. 그래서 피드백은 가급적 상사와 부하 직원 간에 그리고 일상 회의 등과 같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제공해야 한다고 배웠다.
X세대(현재 40대~50대 중반)는 산업화와 함께 부모 세대의 이혼율 증가와 맞벌이 가정에서 성장했다. 그래서 스스로를 보호하면서 권위 없이도 잘 지내는 법을 배웠다. 그들은 베이비붐 세대와 비교하면 격식을 덜 차리는 경향이 있고, 상사에게는 서슴없이 피드백을 제공하기 시작한 첫 번째 세대다. 그리고 보통 즉각적인 피드백을 원한다.
밀레니얼 세대(현재 20대 후반~30대)는 소위 헬리콥터 부모의 양육을 통하여 ‘모든 어린이는 트로피를 받는다’라는 고귀한 철학의 혜택을 받으며 성장했다. 그래서 때때로 예민하고 쉽게 무너진다는 의미로서, 비꼬듯이 ‘눈송이 세대’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그것은 고정관념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다. 어쨌든 그들은 자존감이 높아서 피드백 수용과 관련하여 앞선 세대에 비해 덜 민감하다고 한다. 물론 그들 역시 풍부한 칭찬을 기대하지만, 비판이 심하다고 쉽게 꺾이지 않는 세대다.
Zoomer 세대(10대~20대 중반)는 소셜 미디어에 둘러싸여 자란 세대다. 그들은 여러 SNS 플랫폼을 통해 끊임없이 비공식적인 피드백의 세계를 경험하며 살아간다. 아침에 소셜 미디어에 무언가를 게시하고 하루 종일 반응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배웠다. 그래서 그들은 소셜 미디어와 같은 도구를 활용하여, 모든 방향(상사, 동료, 후배 간)으로 빈번하게 실시간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상기에서 파악한 바와 같이, 피드백을 매개로 한 각 세대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이 오늘날 기업 조직의 중요한 이슈가 된다. 그러면 오늘날 기업 조직에서 공존하는 여러 세대가 어떻게 해야 잘 소통하면서 적절하고 유용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 에린 교수는 다음의 3A 피드백(Three A’s of Feedback)을 제안했다.
첫 번째 A는 ‘도움(Assist)’이다. 즉 피드백은 반드시 도움을 주려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항상 상대방의 성공을 도우려는 순수한 의도로 제공되어야 하며, 단지 좌절감이나 모멸감을 주기 위해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 A는 ‘실행(Actionable)’이다. 즉 내가 주는 피드백이 반드시 실행 가능해야 한다. 이것은 당연한 말 같지만 의외로 사람들은 막연하거나 두루뭉술하게 피드백을 주는 경우가 많다. 당신이 주는 피드백으로 상대방이 무엇으로 어떻게 개선할지 명확하지 않다면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현명하다.
마지막 세 번째 A는 ‘요청(Ask)’이다. 즉 상대방이 요청했을 때만 피드백을 제공하라는 것이다. 이는 세대뿐 아니라 성별 간 소통에도 특히 중요하다. 누군가가 어떤 일에 관하여 당신에게 특별히 조언을 요청하거나 또는 반대의 경우가 되면, 그 소통에는 관계의 권력이나 지배력보다는 진심 어린 솔직함이 먼저 작용하게 된다.
여러 세대가 공존하는 오늘날의 기업 조직에서 적절하면서도 솔직한 피드백 루프 문화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면 조직은 목표와 비전을 향해 다양한 관점으로 무장한 창의적인 팀이 될 것이다. 다양한 세대로 구성된 팀이 서로에게 자주 피드백을 제공하고, 개선을 위한 많은 아이디어를 공유하면 탁월한 성과와 더불어 강한 응집력이 생긴다. 궁극적으로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와 솔직한 피드백의 관계는 급진적으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로 수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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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When Diversity Meets Feedback’, ERIN MEYER, 2023, Harvard Business 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