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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구 Jun 30. 2024

스타트업 여정: 성공과 실패 요인

이종구 박사의 스타트업 칼럼

앞으로는 잠시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를 접어두고, 지난 몇 년간 필자가 연구하고 실험해온 스타트업 비즈니스 분야에 대해 다루어보려 한다. 이것은 필자가 고려대학교 산학협력교수로 재직하며, 혁신 스타트업 프로세스를 주제로 기획한 '유니콘 비즈니스모델과 사례연구' 강의 내용을 기반으로 한다. 본 시리즈 칼럼을 통해 성공하는 스타트업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몇 가지 팁을 제시하고자 한다.


 세계적인 스타트업 컨설팅 기업인 스타트업 지놈(Startup Genome)의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의 12개 중 11개가 실패한다고 주장한다1. 또한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시카르 고쉬(Shikhar Ghosh) 교수는 벤처캐피탈의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 4개 기업 중, 3개가 망한다고 말했다2. 한편 국내 스타트업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니 오히려 더 척박하다. 신규 스타트업 10개 중에서 2개는 첫해에 실패한다고 노동부 보고서는 말하고,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이후 TIPS에 선정되었다 하더라도 그 중, 단 2%만이 엑시트(Exit)에 성공한다고 한다3.


이 밖에도 스타트업 실패 통계에 관한 다양한 분석과 보고서가 있지만 결국 글로벌이든 국내든 스타트업의 생존율이 10%가 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면 왜 이렇게 많은 스타트업이 실패할까? 물론 그 이유에 관한 연구와 보고서도 엄청나다. 그중에서 스타트업 전문 비즈니스 분석 기업인 CB Insight가 말한 ‘스타트업 실패의 12가지 이유(The Top 12 Reasons Startups Fail)’라는 보고서가 눈에 띈다4. 110개가 넘는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사후 연구를 통해 12가지 대표적인 실패 원인을 분석했다. 한 가지 중요한 발견은 대부분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이유가 한 가지 이상, 즉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12가지 이유 각각을 분석하고 관련된 사례를 제시했다. 여기서는 그 중 상위 5가지 이유를 분석해 본다.       


가장 첫 번째는 자금 부족 문제로 전체 중 38%에 해당한다. 즉 현금흐름 운용에 실패하여 자금이 바닥이 나거나 추가적인 투자 유치에 실패했다는 의미다. 물론 스타트업이 현금흐름을 잘 관리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것을 누구나 안다. 하지만 이 문제가 실패의 가장 심각한 원인으로 조사되었고 사실상 의외로 많다. 이 문제는 특히 사업 전략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즉 고객과 시장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더불어 영업 프로세스를 잘 파악해야 한다. 또한 LTV(lifetime Value, 고객생애가치)나 COCA(Cost of Customer Acquisition, 고객획득비용)등,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수익 창출 전략이 스타트업 초기에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에 기인한다.      


스타트업 실패의 두 번째 이유는 시장과 고객이 없거나 적합하지 않은 제품을 출시하는 것으로 전체 실패의 35%에 해당한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고객이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것부터 실패했을 확률이 높다. 초기에 스타트업이 어떤 혁신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제품을 기획하면서, 그 가치를 제공받게 되는 고객 세그먼트의 존재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즉 스타트업은 제품이 아닌 고객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많은 창업가들은 본인이 착안한 아이디어나 기술에 몰입되어 시장의 존재를 당연시하거나, 목표 고객에 대한 분석이나 전략에는 소홀하다. MIT 마틴 트러스트 기업가 정신 센터의 빌 올렛(Bill Aulet) 교수는 이것을 '감정적인 애착(Emotional Attachment)'이라고 하면서, 창업가가 가장 경계해야 할 요소 중 하나라고 말한다. 


스타트업 실패의 세 번째 이유는 경쟁 실패다. 대부분 스타트업이 출시하는 제품은 새로운 고객 세그먼트를 형성하는 것으로, 해당 세그먼트에는 유사 제품이 존재할 가능성이 없고 또한 없어야 한다. 하지만 대체재는 늘 존재한다. 그래서 대체재 시장 분석이 중요하다. 또한 해당 스타트업이 최초 사업자(First Mover)라 할지라도 제품 모방이 쉽거나 고객의 락인 효과(Lock-in Effect)가 뚜렷하지 않으면 이 또한 경쟁전략의 부재다. 결국 스타트업이 어떤 고유한 핵심역량을 지니고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스타트업 실패의 네 번째 이유는 잘못된 비즈니스모델이다. 즉 수익 창출을 위한 가치 획득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상 많은 스타트업이 제품의 가치 창출에만 투자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쏟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수익모델은 시장 동향이나 직관적인 가설에 의해 결정하고 만다. 물론 초기 스타트업은 가격 정책이나 비즈니스모델을 결정하는데 기존 기업에 비해 선택의 범위가 넓어 유연성도 있지만, 막상 고객층이 형성된 이후에는 변경하기가 매우 어렵다. 비즈니스모델을 결정하는 데 있어 반드시 고려해야 할 네 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는 고객의 욕구와 의도를 이해해야 하는 것이고, 둘째는 고객이 얻는 가치를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다음으로 경쟁자의 가치 창출과 획득 방식을 검토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 요소로는 스타트업 내부의 비즈니스 상황과 목표에 부합하는 비즈니스모델이어야 한다.


스타트업 실패의 다섯 번째 이유는 규제와 법적인 이슈다. 스타트업 초기에 새로운 제품을 설계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자 노력할 때는 보통 주변의 관심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초기 사업이 성공하고 시장이 확대되면서 주변의 경쟁자들이나 이해관계자들이 눈여겨보기 시작한다. 그래서 비즈니스 상충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특허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고, 여러 규제를 들이대면서 압박하기도 한다. 한편 많은 시간과 자금을 들여 제품을 출시한 후에, 규제 때문에 결국 출시를 못 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스타트업 초기에 고객의 의사결정 과정이나 그 비즈니스 구조를 충분히 파악하고 이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객의 구매과정에서 어떤 다른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체가 있는지 또는 법적인 분쟁 요소나 규제 문제가 있는지를 미리 파악해야 하는데, 의외로 많은 스타트업이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슈가 아니어서 간과하고 지나간다. 그리고 이후 이것이 시한폭탄이 되어 되돌아오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출처: CB Insight

통계적으로 앞서 언급한 대표적인 다섯까지 이유 중 하나가, 대부분 스타트업 실패의 원인이 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스타트업이 성공할 수 있을까? 더 정확하게는 스타트업 성공 확률을 높일 방법은 무엇일까? 필자는 경영학자로서 오래전부터 이 질문에 해답을 찾고자 노력하면서, 그 기반이 될 만한 방법론을 연구하고 여러 스타트업 팀에 적용하면서 실험했다. 대표적인 방법론으로는 MIT의 마틴 트러스트 기업가정신센터(Martin Trust Center for MIT Entrepreneurship)의 소장인 빌올렛(Bill Aulet) 교수가 기획한 24단계 스타트업 프로세스 과정(Disciplined Entrepreneurship)이 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여러 혁신적이고 성공적인 스타트업 사례를 이끌었던 검증된 창업 방법론이다. 특히 필자는 빌 올렛 교수로부터 직접 풍부한 교안과 최근 사례들, 다양한 스타트업의 통찰력을 전수하였다. 그리고 누구나 어떤 창업 아이템이든 쉽게 적용할 수 있는 한국형 창업 프로세스로 승화시키고자 노력해 왔다. 스타트업이 창업 과정에서 꼭 필요한 단계별 Tip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많은 스타트업이 실패하거나 어려움을 겪게 되는 이유는 단계마다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태스크를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출처: 스타트업 바이블

한편 정부나 학교에서 지원하는 스타트업 정책은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꼭 필요한 방법론, 특히 디지털 세대들이 최근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혁신산업에 적합한 스타트업 방법론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은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많은 스타트업 교육과정이 대학이나 정부, 민간 투자 프로그램을 통해서 열리고 있지만, 스타트업 아이템으로 단계를 실행해가면서 검증하고 피드백하는 과정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즉 많은 청년이 꿈꾸는 다양한 스타트업 아이템을 기반으로, 이해하기 쉽고 단계별로 명확한 행동 원칙을 수립하여 진행할 수 있는 스타트업 프로세스가 필요한 시점이다. 


필자가 재구성한 '혁신 스타트업 프로세스'는 고려대학교에서 매 학기 청년 스타트업과 함께 운영되는 프로그램으로, 24단계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성공적인 스타트업을 위한 지속적인 검증과 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MIT 마틴 트러스트 기업가정신센터에서 제공한 다양한 스타트업 사례와 고려대학교에서 진행되는 여러 학생 스타트업 사례를 총망라하여 각 단계에서 요구되는 핵심 스타트업 프로세스를 재정립하였다. 앞으로 본 지면을 통해 혁신 스타트업 프로세스의 주요 팁을 시리즈 형식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참고문헌

1. Startup Genome 2019년 보고서

2. ‘The Venture Capital Secret: 3 Out of 4 Start-Ups Fail, Shikhar Ghosh, 2012, Wall Street Journal

3. https://www.funding4u.co.kr/community/insight_show/trend/150?

4. The Top 12 Reasons Startups Fail’, CB Insight,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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