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농사꾼 이야기
초보 농사꾼 이야기
박 종 국
지난해 정년을 맞은 대학 선배. 그 동안 도시를 떠나면 죽는 줄 알고 버텼다. 그러던 그가 산청 야트막한 산자락에 둥지를 텄다. 좋게 말해 귀농이다. 논배미는 마련하지 않았으나, 밭뙤기는 무려 천 평이나 욕심냈다. 초보 농부로 지나친 일거리였다. 첫해 농사는 본전치기도 못하고 망쳤다.
봄여름 푸성귀 잡초와 사투를 벌이다 손들었고, 가을 김장거리 고추무배추는 죄다 손을 펴지 못하고 오그라들어 제 구실도 못했다. 초보농사꾼으로 혹독한 신고식을 잡초와 치뤘다. 농촌에서 푸성귀 하나 알곡 한 줌 얻으려면 논밭을 온통 훑고 살아야 한다. 그래야 잡초와 친근하게 산다.
우리가 아무렇게나 대하는 잡초, 잡초는 아무리 밟히고, 뽑히고, 베인다해도 그 자리를 박차고 떠나지 않는다. 하찮은 잡초 한 포기도 나름의 존재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잡초더러 강하다고 부추긴다. 그러나 뜻밖에도 본래 잡초는 억센 식물이 아니다. 억세기는커녕 오히려 연약한 풀이다. 약한 그들이 굳세게 사는 비결은 놀랍게도 거친 환경 때문이다. 아무리 곤란한 일이 덮쳐 와도 잡초는 뿌리 내린 그곳을 물러서지 않는다. 그게 잡초의 생존 전략이다.
잡초의 생존전략 중에서 바랭이와 민들레는 본받을 만하다. 바랭이의 생존 비밀은 튼튼한 마디이며, 민들레의 생존 전략은 홀씨다. 그들이 숱한 역경 속에서도 오뚝이처럼 버티고, 현실적 고난을 묵묵히 받아들인다. 얼마나 치열하고 아름다운 사랑법인지 모른다. 우리 세상사는 방편도 이와 같아야 한다. 조금 마음이 아프다고 해서 쉬 물러서고, 머리 싸매가며 열 올려봤자 온전한 사랑은 아니다.
너무 쉽게 고백하고, 너무 쉽게 변하고, 너무 빨리 끝내는 요즘 사랑은 잡초같은 인내가 필요하다. 또한 무조건 소유하고, 과시하며, 조금도 양보하지 않으려는 요즘 세상, 서서히 녹아들어 하나가 되는 느긋함을 배워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삶의 모습은 어떤가. 사소한 일에 쉽게 얼굴 붉힌다. 지지고, 볶고, 시기하며, 질투한다. 서로 이해하는 입장에 서기보다 남을 짓뭉개고 헐뜯는 일에 더 아득댄다. 그것은 바로 자기에의 욕심이 많은 탓이요, 자기만을 향한 욕망의 눈을 더 크게 떳기 때문이다. 그런 요량이라면 단지 자기 목소리만 아름답다고 우겨대는 앵무새와 무엇이 다르랴.
잡초는 한데 어우러져 살아도 자기만을 드러내지 않는다. 허우대가 좋으면 좋은 대로 볼품없으면 없는 대로 만족한다. 분명 하찮은 잡초에 지나지 않지만, 그 생존전략은 우리들 못지 않다.
이즈막에 새해 덕담을 주고받으며 선배가 그랬다. 농촌에 살아보니 농투성이들이 자랑스럽다고. 세상을 다시 배우고 산다는 선배는 토담집 아랫목에 씨고구마 한 상자를 손주 돌보듯 싹틔우는 중이란다. 그래도 고구마가 제일 손쉬운 농사라나. 잡초와 덜 부대껴서. 그러면서 선배는 한마디 거덜었다.
"도시에서 살 때보다 열 배 부지런을 떨지 못하겠면 귀농 결심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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