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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관 Nov 26. 2020

왜 조제인가?

영화 <조제>를 만들게 된 이유

왜 조제인가? 조제를 리메이크하기로 결심한 후 주변의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약간은 걱정스러운 듯 물어볼 때가 있었다. 그만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너무나도 좋은 원작이 가진 무게감이 있고 시대의 변화 안에서 고민을 해야 하는 문제들, 대중영화로서 방향성 등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부담 많은 작업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 도전해야 할 이유도 수없이 많았다.


 원작 소설과 영화가 가지고 있던 매력은 내가 수많은 창작을 하며 항상 담고 싶었던 것들이다. 사람에 대한 깊은 시선과 인간애가 있고 난 그 원작이 지닌 본연의 감정을 지킨 채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작은 매우 좋은 지점이 많지만 그 영화가 만들어놓은 길을 똑같이 따라가는 것은 이 영화를 보게 될 관객들에게도 이 영화를 도전하게 될 나와 배우들에게도 좋은 선택은 아니라는 확신을 했다. 로미오도 줄리엣도 조커도 여러 얼굴을 지니고 있듯 저마다 배우들이 지닌 질감이 캐릭터를 만나면 그마다 개성과 생명력이 생긴다. 창작을 하는 이들이 그 이야기의 가치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창작자의 개성이 드러날 때 좋은 원작을 훼손시키지 않는 좋은 창작이 나올 수 있는다고 믿는다. 


 영화를 준비하고 영화에 담을 로케이션 헌팅지를 돌아다니며 나 스스로 왜 조제인가? 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도 있었다. 조제의 집이 될 공간을 찾고, 허름한 담과 골목을 찾았다. 오래된 길과 겨울 유원지, 고물상, 고시원, 헌책방, 겨울의 포장마차, 조금은 쓸쓸하지만 삶이 있는 공간들을 쫓았다. 내가 만든 영화 속 조제는 수집가다. 그는 버려진 것을 모으고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사람이다. 조제는 말한다 “여기는 버려진 것들의 쉼터 같은 곳이야. 내가 이뻐해 주지”

  조제가 그러했듯 나 또한 버려지거나 외로워진 세계에 스포트라이트를 주고 아름다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이 영화의 큰 매력 중 하나였다. 


 우리는 촬영 초반, 먼 나라에 갔다. 그곳에서 첫 촬영을 하고 그 어느 순간의 한지민 배우를 내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프레임에 담긴 그녀를 보고 우리가 만나게 될 조제를 처음으로 마주한 기분이 들었다. 쓸쓸하지만 자신만의 세계가 있는 사람, 연약함과 단단함이 양면처럼 있고 가만히 앉아서도 멀리 갈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 순간에도 그 이후에도 왜 조제인가? 에 대한 답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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