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와 전과정평가 (LCA)
채취하여 사용하고 폐기하는 선형경제에서 순환경제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3원칙은 오염과 폐기를 근절, 자원과 상품의 순환, 자연을 되살림. EMF는 순환경제 3원칙을 말하며 시스템 전환을 바란다. 전환을 위해서 현 상황을 알려면 오염과 폐기량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측정 도구가 중요하다.
환경영향은 발자국 (footprint)이란 표현으로 탄소, 물, 공기, 화학, 생태영향 등을 측정하며 제품/서비스의 원료 채취, 생산, 운반, 사용, 폐기 등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분석하는 LCA (Life Cycle Assessment, 전과정평가) 추적 도구를 사용한다.
90년대쯤 등장한 LCA는 이제 환경공학이나 디자인 전공 대학생이 필수로 배우는 과목이 되었다. 광고나 신문 기사에서도 볼 수 있는데, 기차를 이용하는 것이 비행기보다 몇 배 더 탄소를 적게 쓴다던지 하는 비교는 LCA를 바탕으로 한다.
유럽연합은 LCA를 활용한 ‘PEF (Product Environment Footprint, 제품환경발자국)’ 을 10년에 걸쳐 정리해 발표했고, 이를 바탕으로 제품의 친환경 여부를 주장하는 가이드 ‘그린클레임 (Green Claim)’ 규정도 내놓았다.
LCA가 최적의 발자국 추적 도구인 점은 맞을지 몰라도, 만능일 수는 없다. LCA는 발자국으로 표시하기 어려운 지표를 담아내기 어렵다. 가령 플라스틱이 자연에 버려졌을 경우나 쓰레기 매립용 토지가 더 이상 없을 경우 등에 대한 제품의 영향은 측정하기 힘들다. 또한, 측정하는 사람이 입력하지 않은 지표에 대한 값도 알 수 없으니, 좋은 질문이 없다면 좋은 답도 얻을 수 없는 도구이다.
EMF에서는 LCA의 특성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적절한 용도를 제안한다.
1. 제품 전 과정 중 개선 사항에 집중 LCA는 제품의 과정 중 어느 단계에서 과한 오염이나 배출이 발생되는지 집어내는 데 유리한 만큼 이를 바탕으로 제품의 전 과정의 환경영향을 개선하는 데 활용
2. 시공간의 변화 등 외부요인에 따른 영향 측정에 활용 특정 제품의 LCA 결과가 다른 시기와 지역에서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하는 데 우수
3. 제품 혹은 시스템을 비교하는 데 활용 두 개 이상의 제품 개발 시나리오를 만들어, 전 과정을 검토하며 최적의 선택을 하기에 도움
4. 혁신 단계를 거쳐 공급망과 체계가 정립된 후 측정 전체 시스템 전환을 고려하는 혁신의 초기 단계보다는 체계가 잡힌 후기 단계에 적합
탄소와 수질부영영화 등 여러 지표를 다루는 LCA이지만, LCA의 범위를 넘어서는 영역도 있다. 아래는 네덜란드의 LCA 전문가이자 순환 경제 비즈니스를 연구하는 Jan Konietzko 박사의 Carbon tunnel vision 도식이다. 주변시야를 잃고 중심시야만 보는 시각장애를 일컬어 부르는 터널시야를 비유 삼아 지속가능한 전환을 대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여러 측면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 그림이다. 탄소중립만 쫓다가 놓칠 수 있는 생물다양성, 공기질, 평등 등 SDG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에도 이미 강조되었던 바 잊지 말 것이라는 맥락이다.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반응을 보았다. 어떤 이는 그래 이거야 라고 동의하지만 한편 지금 그나마 관심이 모인 탄소 하나라도 잘 잡아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토론은 전문가의 영역으로 미뤄두더라도 너무 어려운 이야기를 전하면 지레 겁먹고 돌아서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다소 생기기는 한다.
현대의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하는 데에는 제품의 용도, 성능, 판매가격 혹은 자산 가치 등 여러 가지가 이유가 있다. 그중에 전기제품의 안전인증이나 식품의 영양성분 등은 제3자의 기준이 적용되는 요소이다. 이런 것들도 처음 등장할 때는 일부 제품이나 특정 지역에서 먼저 소비자 인식을 넓히는 시간을 거쳤을 텐데 이제는 이게 없이는 제품 출시가 아예 안 되는 시대를 맞이했다. LCA를 활용한 환경발자국도 언젠가는 가능한 일 아닐까?
Mastercard & Doconomy
마스터카드는 탄소계산기를 카드 앱에 넣어 25여 개의 국가에 보급했다. 이 계산기는 소비자의 신용카드 사용 내역에 더불어 탄소배출 추정치까지 표시해 준다. 앱에서는 탄소를 절감하는 소비활동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이 탄소계산기 개발을 맡은 Doconomy는 DO card로 널리 알려진 스웨덴의 핀테크 스타트업이다. DO card의 경우, 미리 설정한 탄소배출량을 넘어서면 신용카드 사용을 못하도록 막는 기능까지 있다. Doconomy는 Åland Index를 활용하여 소비자의 구매활동은 물론 일상생활, 기업과 제품의 환경영향도 측정하여 시각화하여 제공한다. 행동변화를 이끌어내는 솔루션을 금융업으로 제시하고 있다.
Coop DK
덴마크의 슈퍼마켓 그룹 Coop는 소비자 앱을 통해 영수증과 함께 환경영향 수치를 제공한다. 전체 고객의 배출량 평균과 사용자의 배출량을 비교해 주거나 가장 많이 배출한 항목을 강조해서 표시해 주는 등의 기능으로 슈퍼마켓 소비자가 화폐 가치와 더불어 환경영향 가치도 계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Provenance
제품의 여러 지속가능성 가치에 대해 상세한 근거를 온라인 쇼핑몰 화면에서 바로 보여준다. 영국의 블록체인 스타트업으로 소비재 기업에게 입력받은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앱 서비스이다. 어떤 원료를 어디에서 어떻게 구했는지 정도의 깊이까지도 궁금해하는 소비자 집단이 있고 그 수가 늘어날 거라고 보는 시각이 반갑다. 제품 단위의 접근에 머물며 시스템의 전환까지 고려하지 않는 점은 아쉬운 한편, LCA가 측정하지 못하는 가치를 다양한 인증기관의 정보로 보완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본다.
순환경제나 LCA에 대해서 조금만 이해하게 되어도 생활 속 여러 가지가 달리 보인다.
집 안에서 일회용 전지를 쓰는 곳이 리모컨 정도였다가 아이가 생기고 장난감에 쓴 전지 쓰레기를 한 줌 가득 챙겨 분리배출을 하는 일이 생기면서 충전용 전지를 쓰게 되었다. 그런데 충전지를 쓰니 쓰레기는 줄였지만, 전기사용은 늘어난 거 아닐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어떤 공중화장실에 열풍건조기와 종이수건이 둘 다 준비되어 있었다. 광물의 집합체인 전기모터를 화석연료 태워만든 전기로 돌려 뜨거운 바람을 내는 것과 나무를 잘라 가공한 펄프를 화학물질로 표백한 휴지 중에 어느 것을 써야 할까?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찾고 따르려는 소비자 무리가 있고 늘어나고 있다고 믿는다. 한 장의 사진으로 동기부여를 받았더라도 과학적인 측정과 이에 기반한 이성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무리의 흐름은 더 튼튼하고 커질 것이다. 여러 도구 중 LCA는 좋은 도움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