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잔의 룰루랄라

한잔의 룰루랄라가 없어지면 이제 홍대에서 어디로 가지

by 김종규

지난 목요일에는 한잔의 룰루랄라에 갔다. sns에서 실질적으로 영업을 25일 월요일까지만 한다는 글을 봐서 안갈 수가 없었다. '오늘이 아니면 언제 룰루랄라 가서 룰랄레를 먹겠어!'

친구와 약속을 잡고 퇴근 하자마자 갔다. 약간 이른 저녁에 갔는데 조금 지나자 점차 자리가 채워졌다. 아마 다들 소식을 듣고 모인 것이겠지. 이미 문을 닫기로 결정된 이상 손님인 나는 별로 할게 없었다. 자리를 채워주고 그 시간만큼 음식을 주문하고 음료를 마시는 것만이 유일한 행동일 뿐이다. 이젠 하도 많이 겪어서 슬프다거나 아쉬움이 밀려오진 않게 되었다. 그저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아, 이렇게 살면 안되는데.

식사는 카레밥을 주문했고 생맥주도 시켰다. 원래는 쫄깃한 면빨의 우동이 있는 카레우동을 시킬까 했지만 하필 점심에 수제비를 먹는 바람에... 하루에 두끼 먹는데 두번 다 밀가루만 먹어서 내린 결정인데, 지금 생각하니 조금 후회가 되네. 그치만 카레밥도 괜찮긴 했다. 우동이었으면 약간 허기졌을테니.

그나저나 한잔의 룰루랄라를 언제 처음 갔더라. 아마도 파티51 라이브 공연이 처음이지 않나... 아무튼 대충 그쯤이었다. 그전부터 룰루랄라에 가고 싶었는데 마침 영화 끝나고 바로 공연이 있다고 해서 갔었다. 어떤 음악가가 한잔의 룰루랄라는 예전부터 옛 두리반과 함께 자주 들렀던 곳이라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이 마음에 들었던 것도 있고.

홍대에서 공연을 보거나 모임이 끝나면 약간 애매한 시간이 된다. "한잔 더 할래요?", 혹은 "이제 뭐하죠?" 누가 물어보면 나는 종종 "한잔의 룰루랄라 알아요? 거기 갈래요?" 하고 말했다. 그러면 상대방은 "한잔의 룰루랄라요? 풉.. 거기 어디에요?" 처음에는 대개 이런 반응이었는데 막상 가면 다들 그곳을 마음에 들어했다. 그래서 더욱 나의 단골집이 되었다.

무심해보이지만 늘 한결 같은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주인장이 있는 곳, 맛있는 카레우동과 맥주를 먹으며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주인장의 손길이 묻은 만화책이 가득 꽂혀 있는 그 현실 같지 않은 광경을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곳, 모르는 사람하고 가도 금새 친해지고 편한 친구와도 맘껏 수다를 떨 수 있는 곳, 좋아하는 인디 뮤지션들의 음악을 틀어주기도 하고 어쩌다 아는 인디 음악가가 옆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을 괜히 곁눈질로 보기도 했던 곳, 가끔은 훌륭한 공연장이 되기도 하는 곳, 늦은 시간에 가도 편하게 한잔 정도는 할 수 있는 곳, 그런 익숙함이 늘 존재했던 곳, 그런 곳...

"한잔의 룰루랄라가 없어지면 이제 홍대에서 어디로 가지?" 홍대에 좋아하는 장소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게 아쉽다고, 그날 친구와 오래도록 앉아서 이러저런 얘기들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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