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데이키즈 이진성 x 케이시의 미친라이브 후기

그리고 공연를 보면서 든 생각

by 김종규

먼데이키즈 이진성 x 케이시의 미친라이브 공연를 보면서 든 생각

초대권으로 받은 티켓 한장이 남아서 같이 가자는 지인의 권유로 가게 되었다. 나는 음악을 찾아서 듣는 것을 좋아하고, 음원으로 들을 때 이상의 생생함을 느끼려고 라이브를 간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듣게 되는 음악인데 뭣하러 그대로 그걸 재현하는 라이브를 보러 가는가. 그 전까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공연은 소극장 공연 형태에 엠씨가 동반해 진행을 하며 가수의 인터뷰와 라이브를 한번에 볼 수 있었다. 마치 스케치북 같은 방송프로를 방청하는 기분이었다. 평소에 만날 일 없는 음악팬들 무리 속에 섞인 채 관람한 것도 그렇고, 인디음악 라이브만 듣다가 오래간만에 대중음악을 들어서인지 그런지 약간 신선했다.

케이시가 먼저 나오고 먼데이키즈 이진성이 나중에 나왔다. 조인트 공연이라 각각 1시간 정도 씩 음악을 했다. 두 사람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음에도(먼데이키즈는 대학시절 하도 유명해서 노래를 들려주면 아는 정도다) 듣고 있으니 '아... 이 음악이었군' 하며 고개 끄덕끄덕했다. 평소 회사에서는 근무 시간에 간간히 라디오나 벅스뮤직 실시간 차트를 틀어놓는데(백색소음 같은), 이때 많이 나왔던 음악들을 들을 수 있었다. 어쩌다 지나가다가, 때론 어디 카페 같은 데서도 흘러나왔던 것 같다. 내가 굳이 찾으려 하지 않아도, 알아서 들리는 음악들.

케이시와 이진성 둘 다 노래를 정말 잘 불렀다. 케이시의 노래는 마치 시디 튼 거 마냥 깔끔했는데 최근 히트곡인 '그때가 좋았어'는 정말 완벽히 음원하고 똑같았다. 이진성은 메인 무대 답게 피아노가 함께 했지만 반주에 MR을 깔았다. 역시 음원하고 판박이였다. 여기서 문득 생각난 인디와 대중음악 라이브의 차이점.

인디음악가의 라이브는 모든 사운드를 직접 연주하기 때문에 가공되지 않는 경험을 매번 다르게 경험할 수 있는게 장점이다. 하지만 클럽이나 공연장마다 시설 차이가 심하기 때문에 의외로 심심치 않게 좋지 못한 사운드를 듣게 되는 경우가 왕왕있다.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매번 다른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이걸 인디음악의 장점이라고 본다.


대중음악의 라이브는 원 음원의 재현을 가장 중요시 하기 때문에 MR 반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이는 다양한 환경(한국의 공연장들은 시설적으로 정말 열악하다. 뭔 공연장 같지도 않은 식당 같은 데서 공연하라고 그러고)에 맞추기도 수월할 뿐더러 아티스트 실력(메인 가수가 발라드면 보컬, 댄스면 퍼포먼스)에 따라 무대가 확연히 달라진다. 그러니까 한국 대중음악은 방송국 시스템과 다양한 무대 환경에 맞게 발라드와 댄스음악이 활발한 것이다.

공연장인 공감센터의 내부는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입장 시에 티켓 교환하는 데서 엄청 시간이 오래 걸렸다. 공간 활용을 못하는 건지 티켓부스 공간이 좁고 따로 분리 되지 않아서 온갖 줄이 계단에서부터 뒤엉켜서 입장 때부터 거의 시장통이었다. 그래서 길 찾기가 힘들었고 안내하는 직원은 일일이 응대하기도 바빠서 티켓 교환을 어디서 하는 건지 제대로 안내도 못 해줬지 결국 줄을 두번이나 섰다. 초대권 줄과 실제 구매자 줄의 구분도 어려웠다. 적고 보니 역대 공연장 중 최악의 로비 풍경이지 않나 싶다...

굳이 실제 수요보다 더 규모가 큰 공연장을 잡은 점도 좀 그렇다. 이 공연만 그런 것도 아니니 여기서 뭐라 할 건 아닌데... 판을 키우기 때문임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초대권을 많이 뿌리는 건 그만큼 낭비가 심하다는 점이기에 기획사에게도 아티스트에게도 좋은 게 아니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거는 다른 얘긴일 수 있는데 홍대 인디공연 클럽들이 최근에도 문을 닫고 점점 인디아티스트들은 공연할 장소들이 없어지고 있는 판인데... 오히려 대중음악 가수들은 공연이 하고 싶어도 기획사가 규모 있는 공연장을 섭외해야지, 협찬사도 모집하느라고 잘 못한다고 하니... 이것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적다보니 말이 길어졌다. 결론적으로 일말의 기대가 없어서 그런지 공연은 좋았는데 이러저런 생각이 많았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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