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아무 일정이 없었던 토요일 엄마의 본가에 갔다. 며칠 전 동생2에게, 자기가 요즘 일에 치여 귀가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면서, 종종 엄마에게 안부 전화라도 해달라는 메시지가 왔던 참이라,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늘 하던 대로 반찬이 떨어져서 좀 얻으러 가겠다고 하니까 엄마는 밝은 목소리로 얼른 오라고 하셨다.
도착하자 먼저 온 동생1이 고기를 굽고 있었다. 나는 엄마에게 인사하고 반찬통을 건네고는 손발을 씻고 저녁상 앞에 앉았다. 그러자 엄마가 막 끓인 찌개 냄비를 상 위에 올려 놓았다. 우리는 저녁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았다. 저녁을 다 먹자, 엄마가 각종 과일을 담은 후식을 가져왔다. 우리는 후식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았다. 9시가 넘어서 동생2가 귀가했다. 저녁을 아직도 안 먹었다기에 다시 저녁상이 차려졌다. 우리는 음식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았다. 먹고 먹고 또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았다. 나는 하룻밤 자고 가기로 해서 그날 늦게까지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 200장 원고지: 2.6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