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상사께서 지인이 '이북5도청'의 도지사로 취임식을 한다고 해서 동행을 했다.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 있는 이북5도청은 주변의 한적한 경관과는 다르게 상당히 큰 규모의 건물로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이북5도청이라니, 이름부터 뭔가 이상했고 지역과는 너무 동떨어져 보여서 몹시 수상했다. 상사께서 볼일을 보실 동안 밖에서 대기하고 있으면서 이북5도청에 대해 잠깐 조사를 해보았다.
'이북5도청'은 황해도청, 평안남도청, 평안북도청, 함경남도청, 함경북도청. 이렇게 다섯 개의 도청을 합친 이름이다. 현재 대한민국 영토는 아니지만 언젠가 영토로 수복하겠다는 통일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꽤 오래전에 정부가 만들었다고 한다. 의지는 알겠는데 그렇다고 청사까지 만들어서 국가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이런 것이 실재한다는 것이 그저 황당했다.
좀 더 알아보니, 이북5도청의 역할은 명목상 통일이 되면, 바로 해당 도청이 북한 현장으로 파견해 그 지역의 행정업무를 맡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통일하지 않은 현재는 주로 이북도민이나 탈북자에 대한 지원과 관리를 하면서 관련 행사 같은 것을 한다. 아무리 봐도 통일부가 다 하는 것인데 굳이 이런 별도의 기관이 있을 필요가 있나 싶었다. 공식 홈페이지를 보니 도지사를 비롯해, 명예 시장, 군수 등 다수의 직책이 있는데 실질적으로 통일과 연관된 경력도, 실무 행정 경험도 없는, 그냥 명예직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공무원처럼 매달 수당을 받고, 도지사 연봉은 1억이 넘는다고 한다. 더 황당한 것은 이북5도청의 고위직은 정부 추천으로만 임명이 되며, 정작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탈북자들은 이런 기관이 존재하는지조차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북5도청이란 기관은 처음 취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현재는 존재 자체가 의문인 곳 같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북한 관련 행정업무를 하지도 않으면서 이렇게나 많은 돈을 줘야 하는 게 맞는 건지, 내 세금이 어디로 다 흘러가나 했더니 이런 쓸데없는 곳에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괜히 열 받았다. (글자수: 997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