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노시스: 롱 플레잉 스토리' 전시에 다녀왔다. 다음 주면 끝나니 거의 턱걸이로 다녀온 것이었다. 힙노시스는 60년대 후반부 때부터 시작해서 폴 매카트니,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 제네시스 등 전설적인 락스타들과 협업해 독창적인 앨범 커버를 손수 제작한 것으로 유명한 디자인스튜디오였다.
전시는 힙노시스의 역사와 그들의 제작기를 다뤘는데, '그라운드 시소 서촌'이라는 공간을 알뜰하게 잘 사용했다. 1층부터 천천히 올라 3층까지 힙노시스의 작품을 하나하나 살펴볼 수 있게 했는데, 마지막 숨겨진 틈으로 들어가면 미발표 작품도 엿볼 수 있게 한 구성은 재미있었다.
밴드 실리카겔이 참여한 오디오 가이드는 바이브 앱을 통해 무료로 들을 수 있게 한 점도 좋았다. 단, 나는 바이브를 사용하지 않아서 그냥 웹으로 들었는데, 중간에 사진을 찍고 싶을 때가 많아 사진을 찍다가 다시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려고 하면 화면이 새로고침이 되는 바람에 조금 불편했다. 바이브보다는 사용자가 훨씬 많은 유튜브를 활용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굳이 사용자를 늘리려고 바이브를 고집했을까 싶어서, (순전히) 개인적으로는 별로였다.
그리고 이건 전체적인 구성과 관련된 것인데, 힙노시스의 작품 세계를 보여준 것은 좋았지만, 자꾸 요즘 관객에게 어필하려고 "우리 때는 포토샵도 없었고, 스마트폰도 없어서 전부 필름으로 찍고 그걸 손으로 작업해야 했다." 소리를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반복해서 좀 지겨웠다. 그것보다는 당시의 앨범 커버 시장이 어떠했고, 힙노시스 말고 업계에서 성공한 다른 작품은 뭐가 있었는지를 보여주면서 힙노시스와 비교하는 구성을 했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가령, 얼마 전에 갔었던 베르나르 뷔페 회고전과 비교해 보면, 베르나르 뷔페를 소개하면서 "피카소와 비견될 정도였다." "특정 시기에는 고흐의 화풍이 비슷한 것을 볼 수 있다"라고 언급을 하는데, 그러면 자연스레 우리는 베르나르 뷔페를 몰라도 그 유명한 피카소와 고흐를 떠올리면서 베르나르 뷔페의 위상이 어느 정도였구나 하고 짐작을 할 수 있었던 것처럼 했어야 했다. 자꾸 요즘에는 없던 기술로 어쩌고저쩌고만 하지 말고, 그런 외부의 객관적인 시선이나 당시의 음반 업계 분위기도 비중 있게 다뤘다면 훨씬 좋았을 뻔했다.
확실한 것은 '힙노시스: 롱 플레잉 스토리' 전시는 과거 음악 업계를 돌아보는 의미도 있고, 인스타그램을 좋아하는 요즘 관객들이 사진 찍어서 올려 자랑하기에 좋은 전시이기도 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거의 끝물에 다녀와서 그런지 관객이 많이 없어서 천천히 평온하게 둘러볼 수 있어서 적당하게 좋았다. (글자수: 1284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