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 나의 100일 글쓰기

by 김종규

이전에 한 달 쯤 해서 한 달 글쓰기 후기를 쓴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저의 일상을 관찰하면서 글을 쓰는 습관을 지니게 되었다"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글쓰기에 대한 이론을 배우고, 토론 수업이 재미있다"라고 했습니다. 100일이 된 지금도 그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잘 쓰고 싶은 열망이 강합니다. 그래서 책도 많이 사서 읽고 영화도 찾아서 보고 음악도 심도 있게 들으려고 합니다. 이번에 100일 글쓰기가 끝나고 바로 소설 쓰기 강좌도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빡빡한 일상이라도 익숙해지면 해이해지는 법인지, 전보다 약간 게을러진 것 같습니다. 가령 초반에만 열심히 했던 첨삭 과제를 뒤에 가서는 아예 안 하게 된 것이라든가(과제 책들을 읽고 나서 토론 시간에 하지 못한 말이 정말 많았습니다만 글로 녹여내려고 하니 여간 귀찮은 게 아니네요), 요즘 거의 마감 시간 직전에 글을 올린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글 쓰는 것도 습관이라고 합니다. 지금 이러고 있으면 나중에 글 쓰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을지 벌써 걱정이 됩니다. 사실 걱정 따위 하지 말고 그냥 글부터 쓰는 것이 맞을 겁니다. 행동하기 전에 생각만 하고 움직이지 않는 것은 자기 손해입니다. 한자라도 써도 아까울 시간에 무슨 생각을 합니까. 또한,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이유를 자꾸 붙여보았자, 결국 변명일 뿐입니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것에는 과정이 중요하고, 모든 것은 결과가 말해주지요. 그래서 말이라는 것이 참, 많이 해봐야 손해인 것 같습니다. 100일 동안 글쓰기를 하고 있지만 제대로 쓴 글은 별로 없고 그중에서 몇 개만 건질 것이 있다는 것을 저도 잘 압니다. 그러니까 저의 100일 글쓰기 소회는, 이제 100일 동안 썼으니 나쁘진 않았는데 앞에 언급한 것 몇 개가 티라서, 아직 멀었습니다. 앞으로는 그런 일 없이 미루지 말고 계속 글쓰기를 해야 할 것입니다. 다른 길은 없습니다. 글 쓰는 것으로 먹고 산다면 그래야겠지요. 재미없는 얘기를 하는 것을 저도 알고 있습니다. 너무 비관적으로 읽히나요? 그런데 인생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처럼 글 쓰는 삶도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 같네요. 100일 글쓰기 수업은 이렇게 끝나지만, 저의 글쓰기 인생은 이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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