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묵은지가 있어서 저녁에 김치찌개를 해 먹기로 했다. 레시피는 언젠가 봤던 것을 내 마음대로 응용해서 하기로 했다. 먼저 묵은지가 오래되어 하얀 곰팡이, 일명 골마지가 생겨 있길래 물로 빡빡 씻었다. 어느정도 씻으니, 골마지가 보이지 않고 빨간 묵은지만 보였다. 달궈진 냄비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돼지고기를 볶았다. 적당히 익은 것을 확인 후 아까 씻은 묵은지를 넣고 같이 볶았다. 생각보다 묵은지의 양이 많아서 괜히 했나 좀 후회했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 보겠다는 다짐으로 더 열심히 볶았다. 그 상태에서 김칫국물을 부었는데 역시 많이 넣은 것 같았다. 국물 맛이 맵고 짜기만 해서 깊은 맛이 필요할 것 같았다. 참치캔을 까서 다 때려 넣고, 이다음에는 스팸도 잘라서 다 넣었다. 조금씩 끓기 시작하자 불을 살짝 줄여서 천천히 익혀 주었다. 국물을 떠먹어 봤더니 그래도 맛이 이상했다. 짠맛이 강하니 안 되겠다 싶었다. 이번에는 설탕과 참기름을 넣었다. 국물이 거의 넘칠 것 같았다. 더는 방법이 없어서 이 상태로 조금 오래 끓이는 수밖에 없었다. 간마늘이나 양파, 대파가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한 몇 분을 더 끓였을까. 계속 끓이다 보니 겉으로 봤을 때 대충 봐줄 만한 수준이 된 것 같았다. 국물을 한입 먹었는데, 큭, 이건 김치찌개가 아니라 김치찜의 맛인데. 아이고, 배고프다. 그냥 먹자. 현재 상황에서는 맛을 더 정리하기 힘들다. 어차피 혼자 먹을 거니까 신경 쓰지 말자, 다음에 더 잘하면 돼. 대충 반찬을 차리고 김치찌개와 밥을 먹었다. 생각보다는, 뭐 나쁘진 않다. 보통 김치찌개는 끓이고 다음 날이 가장 맛있으니까, 내일이면 좀 더 나아지진 않을까. 내일은 두부도 사서 넣고 다른 재료도 추가해서 다시 끓여봐야겠다. (글자수: 881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