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소설 문장 실습 수업의 첫날이었다. 조금 일찍 강의실에 가서 좋은 자리를 선점하고 싶었으나 언제나 생각처럼 일이 되지는 않는 법. 오늘따라 하필이면 지하철이 늦게 왔고, 교육센터에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어지는 바람에 정시에 딱 맞춰서 들어가게 되었다. 100일 글쓰기 수업과는 다른, 좀 더 무거운 긴장감 같은 것을 느끼면서 빈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선생님께서는 짧게 수강생들에게 인사를 한 후, 준비한 프린트물을 나눠주면서 첫 장에 있는 내용을 한번 읽고 써보라고 했다. 질문은 세 가지였다.
"소설의 정의란?"
"소설 문장의 특징은 무엇인가?"
"문체란 무엇인가?"
와, 소설 쓰기를 배우는 수업에 오긴 왔구나, 실감이 확 들었다. 평소 소설을 읽으면서도 거의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학교에서 공부할 때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질문이라, 꽤 긴 시간 동안 가만히 있었던 것 같다(하지만 실제로는 별로 시간이 흐르지 않았겠지). 내가 그렇게 멍하게 있는 사이, 다른 수강생들은 일찍이 뭔가를 쓱쓱 쓰고 있었다.
잠시 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소설이란 작가가 경험한 것을 재구성한 문학 장르의 하나로, 일정한 구조와 계획의 틀에 의해 짜인 허구를 담은 이야기라고 한다. 맥락은 그대로 유지하되, 작가의 의도에 따라 시간을 뒤바꿔서 쓰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며, 어떤 문장으로 시작할 것인지, 어떤 장면으로 시작할지도 중요한 것 중에 하나다. 소설에서 문체는 작가의 감정과 생각이 담긴 것을 작가의 방식대로 풀어내는 것을 보여준다고. 원래 말씀은 훨씬 길면서도 깔끔했지만 여기서는 간략하게 요약해 본다.
바로 선생님은 수강생 하나하나에 질문했다. 이 수업에서 무엇을 배웠으면 하는지, 소설을 써본 적이 있는지를 물었다. 나는 작년에 초단편소설 쓰기 수업을 도서관에서 들은 적이 있는데, 그때 초단편소설을 하나 써봤고 이번 수업에서는 단편소설 하나를 완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이야기했다. 내 이야기를 들은 선생님의 첫 마디는, 그때의 경험이 굉장히 좋으셨나 봐요, 였다. 그러면서 처음 소설을 쓰는 것은 일단 짧게 A4 1, 2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며, 초고를 써서 우선 서사를 완성해 보고 합평(모인 사람이 해당 글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음)을 들으면서 조금씩 수정하고 추가하면서 점차 분량을 늘리는 식으로 해보라고, 앞으로 소설 쓰는 것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의례적인 말일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응원을 받는 기분을 받았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씩 자기 이야기를 했다. 그런 다음 선생님이 준비한 원고를 같이 읽은 뒤 물어보고 싶은 질문 몇 개를 나누고 수업을 마쳤다. 2시간이 금방 흘렀다. 다음 주부터는 바로 합평에 들어간단다. 오, 생각보다 진도가 엄청 빠르네. 선생님과 몇몇 수강생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들어보니, 신춘 문예를 준비 중인 사람부터, 이미 여러 번 반복해서 같은 수업을 듣고 있는 사람, 혹은, 이미 웬만큼 자기 글이 갖춰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 같았다. 이 사람들이 어느 정도 쓰는지, 선생님께서 어떤 의견을 주실지가 너무너무 궁금했다. 그나저나 이 중에서 나는 완전히 초짜일 텐데, 저들에게 뒤지지 않으려면 내 예상보다도 더 열심히 소설 쓰기를 해야 할 것 같다. (글자수: 162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