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가 장안에 화제다. 요즘에는 유튜브를 켜기만 하면 넷플릭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영상이 떠 있다. 출연자가 직접 리뷰하거나, 다른 유튜버가 시청 후기를 이야기하는 관련 영상일 때도 있고, 본 방송을 짜깁기한 2차 영상이 추천으로 나온다. 봐도 봐도 재미있어서 나오는 족족 보는데도 하루가 멀다고 계속 새로운 영상이 뜬다. 밖에 나가서도 <흑백요리사>는 내 주변을 맴돈다. 어느 날은 점심을 먹는데 옆 테이블에서 <흑백요리사>에 관한 이야기가 들리는 것을 하루에 두세 번 겪었다. 토요일인 오늘은 소설 쓰기 수업에 갔는데 도중에 잠깐 옆길로 샌 선생님이 <흑백요리사>를 언급하면서 혹시 보셨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예전에 <마스터셰프 코리아>와 <냉장고를 부탁해>가 방영하면서 쿡방과 ‘셰프’라는 말이 유행하고 요식업이 크게 부흥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게 벌써 10년도 전이다. 개인적으로는 <흑백요리사>의 파급력이 그때 이상인 것 같다. 그 정도로 온 세상이 <흑백요리사>다. 넷플릭스의 강력함에 새삼 놀라고 있다.
<흑백요리사>는 요리사 100명이 경연해서 우승자를 가리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100명 중에 요리 경력이 많거나, 혹은 방송 출연이나 유명 대회에 입상한 요리사 20명은 백수저 계급. 백요리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80명은 흑수저로 계급을 나눴다. 한참 사회적으로 흙수저를 비롯한 계급 이슈가 화제다 보니, 프로그램적으로 잘 이용한 장치로 보았다. 이 방송이 재미있는 것은 처음부터 100명이 한꺼번에 대결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1라운드는 흑수저 80명들끼리 대전을 해서 20명만 살아남는다. 남은 20명의 흑수저는 2라운드에 가서야 비로소 백수저와 경연을 펼칠 수 있다. 소위 말해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 낸 자만이 ‘날고 긴다’는 유명한 자들과 실력을 겨룰 수 있다는 얘기다. 80명의 흑수저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합리한 룰일 수도 있으나, 이런 자리가 아니면 언제 백수저와 나란히 서볼 수 있겠는가. 우리의 흑수저들은 기꺼이 대결을 펼친다. 백수저들은 그런 흑수저들에게 관심과 응원의 말을 던진다. 그렇게 <흑백요리사>는 얼핏 보면 옛날 소년 만화나 무협지에서 나올 것 같은 시합 방식을 차용했다. 하지만 구식같이 느껴지기는커녕, 너무도 흥미롭게 현실과 마주하면서 우리를 매료시킨다.
나는 7화까지 공개된 시점에 보기 시작했다. 무심코 1화를 봤더니 도저히 멈출 수가 없어서 7화까지 한 번에 몰아서 봤다. 다음 날 잠을 별로 못 자 빨개진 눈으로 회사 출근했다. 앞서 말한 대로 고전적인 대결 방식이 너무 흥미로웠고, 그것에 응답하는 셰프들의 태도, 인품은 시청자 입장에서도 흐뭇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또한,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백종원과 미슐랭 쓰리스타 레스토랑의 안성재 셰프의 심사평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영상 편집 부문에도 큰 점수를 주고 싶다. 하나의 재료가 음식이 되어 가는 과정, 흑백 요리사 간의 대결 구도, 저 음식은 도대체 무슨 맛일까, 시청하면서 끊임없이 상상하고 기대하게 되는 것은 오로지 편집의 힘이었다.
현재는 8화에서 10화까지 공개되었다. 여기서는 큰 논란거리가 생겼다. 6화와 7화에서 팀전을 했는데, 또 한 번 팀전이 펼쳐졌다. 그것도 모자라, 갑자기 생긴 특수 룰로 인해 출연진끼리 편 가르기가 생겼고, 누군가 방출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다른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중반부에 여러 출연자를 한방에 떨어뜨리기 위한 방식으로 자주 쓰이지만, <흑백요리사>의 시청자들은 그것을 용납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초반부의 큰 호평에 비해, 현재는 상반된 평가를 받는 중이다. 다른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도 종종 나오는 방식이기도 하고, 원래 서바이벌 프로그램 자체가 그렇게 합리적인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인지, 나는 이번 진행 방식에는 크게 불만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떨어진 출연자들이 좀 안타깝긴 하지만, 거기에 큰 의미를 둬서는 안 된다(이렇게 말하면서도, 요즘 흔히 쓰는 말로 좀 ‘짜치는’ 부분이 있긴 하다).
다음 주 화요일이면 11화와 12화가 공개되면서 <흑백 요리사>는 끝이 난다. 과연 유종의 미를 잘 거둘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실망한 사람들의 말대로 초반이 다인 방송이 될 것인가. 특별히 응원하는 출연자가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누가 우승할지 혼자 예상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는 오늘도 유튜브에서 <흑백요리사> 관련 영상을 보며 다른 사람들의 댓글을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