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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규 Oct 14. 2024

10월 2주차 / 게임 중독과 상실

게임 중독과 상실


*글쓴이가 게임에 과몰입해서 쓴 이야기라 관련 지식이 없으면 읽기 불편할 수 있습니다.


꽤 오래, 아니 상당히 오래 즐겼던 모바일 게임 두 개가 곧 있으면 글로벌 서버 종료를 앞두고 있다. ‘파이널 판타지 브레이브엑스비어스‘는 8년을 넘게 했고, ‘로맨싱 사가 리유니버스’는 4년을 넘게 했다. 두 게임을 했던 이유는 어릴 적 즐겨 했던 RPG(롤플레잉 게임) ’파이널 판타지‘와 ’로맨싱 사가‘의 발전형이라는 점, 원작 시리즈의 다양한 캐릭터들을 한자리에서 써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글로벌 출시로 인해 한글로 즐길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세상 참 좋아졌다.‘


처음 두 게임이 모바일로 출시 되었을 때 그런 생각을 했다. 어릴 적에 게임기가 없어서 해보지 못했고, 일본어로 된 게임이라 스토리를 거의 알 수 없었던 명작 RPG의 최신 작품을 한글로 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오다니! 잠깐 여담을 하자면, 지금은 구글 같은 데서 검색만 해도 게임에 대한 정보, 배경 스토리, 보스 공략법을 아주 손쉽게 찾을 수 있지만, 과거에는 게임 잡지를 사서 읽지 않으면 게임 조작은커녕, 정보조차 알기 어려웠던 때가 있었다. 게임이 거의 인생의 전부와도 같았던 시절. 게임을 가지고 있지 못한 나는 매달 게임 잡지를 구매해서 달달 읽었다. 머릿속으로 혼자 상상하면서, 대리만족하면서 게임 잡지를 읽었다.


게임사 ‘스퀘어 에닉스’의 파이널 판타지 브레이브엑스비어스와 로맨싱 사가 리유니버스는 이름값대로 제대로 잘 만들어졌다. 고전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메뉴 구성, 매주 역대 시리즈의 유명 캐릭터를 새로 써볼 수 있었고, 새로운 이벤트도 계속해서 나왔다. 눈과 귀가 너무 즐거웠다. 어릴 때의 숙원을 드디어 푸는 것 같았다. 나는 말 그대로 미친 듯이 했다. 회사 출근해서도 짬날 때마다, 화장실을 갈 때마다 게임을 켰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부터 거의 잠들기 전까지, 일을 하지 않을 때는 항상 핸드폰만 봤다. 더 이상 상상으로 즐기지 않아도 되었다. 남들이 먼저 깬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지 않아도 되었다. 그렇게 소소한 쾌락에 빠져 살며 하루하루를 흘러보내고 있었다.


시간이 꽤 지났다. 같이 게임을 하던 사람들이 결혼하거나, 애를 낳기도 했던 것 같다. 그사이 나는 꽤 지쳤다. 매번 비슷한 이벤트, 늘 똑같은 패턴의 신 캐릭터 출시가 반복되었다. 게임을 하느라 핸드폰 배터리를 다 써서 회사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었고, 게임 퀘스트를 하느라 잠을 늦게 자는 일이 늘었다. 게임에서 하는 일은 거의 똑같았고, 더는 새롭지 않았다. 그저 의무감으로 게임을 했다. 같이 게임을 하던 사람들도 하나둘 떠났다. 그들은 게임보다 앞으로 현생에 집중해야겠다고 말했다. 나도 슬슬 게임을 그만둘 시점을 고려하고 있었다.


‘슬슬 접어야 할 때인가.’


그 와중에 스퀘어 에닉스는 파이널 판타지 브레이브엑스비어스와 로맨싱 사가 리유니버스의 서버 종료를 느닷없이 선언했다. 최근 큰 예산을 들여 제작한 신작 시리즈가 연이어 참패를 맞았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사업을 축소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인기 없는 모바일 게임들이 줄줄이 운영 종료를 맞이하였다. 초창기에 비해 운영이 안 되니까, 드는 비용에 비해 적자니까. 유저들은 억장이 무너졌고 슬프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게임사는 거리끼지 않아 했다. 나는 이렇게 될 줄 예상하고 있었다. 별로 아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안 그래도 접으려고 했는데, 잘 되었다 싶었다. 더 이상 발전할 것도, 기대할 것도 없었고. 끈질기게 붙잡으려 했던 과거의 끈을 그만 놓아도 된다는 생각하니 마음은 편해졌다. 다만 타의로 인해 접게 되는 모양새가 되어 마냥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앞으로 스퀘어 에닉스의 모바일 게임은 절대로 쳐다도 안 볼 생각이다.


그런 이유로 한동안 푹 젖었던 게임 라이프는 무기한 휴업하게 될 듯싶다. 그렇지만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뭐라도 새로 해야겠다. 최근에 독서와 글쓰기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결론은 이제 그것에 집중해 볼까 한다고, 참 길게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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