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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후기

K컬처 감성, 스타일, 음악 만족! 근데 예기치 못한 흥행이 더 흥미로움

by 김종규

2025.07.13. 당시에 썼던 글입니다.

https://cafe.naver.com/justmusicccccccc/4303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봤습니다.

예고편 공개 당시부터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제작진이 케이팝과 퇴마사를 소재로 만든다는 점에서 기대가 컸고, 호기심도 많았어요. 그런데 막상 공개되고 나니, 생각보다 훨씬 큰 성공을 거두더군요.

볼 사람만 보겠거니 싶었는데, 이 정도로 인기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참고로 주관적인 의견이 좀 많으니 감안해서 읽어주시고, 스포도 조금 있으니 안 보신 분은 뒤로 가기 눌러주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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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과거부터 악령들과 싸우며 사람들을 지켜온 퇴마사, 아니고 헌터들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이들은 춤과 노래로 대중과 가까워지며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는데 무당 → 위문공연단 → 현대의 케이팝 걸그룹 '헌트레스'로 이어졌다는 설정이구요. 이에 맞서 악령들도 자신들만의 아이돌 그룹 '사자 보이스'를 결성하며 대결 구도가 형성됩니다.

솔직히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고 전형적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강점은 스타일에 있습니다. 분식, 과자, 컵라면, 아이돌 팬덤 문화, 한국 드라마 로맨스 클리셰, 예능 프로그램, 남산타워 등 외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K컬처 요소를 총집합 시켰고, 단순한 클리셰를 넘어서 찐한국을 아는 사람만이 표현할 수 있는 현지화도 잘 녹여냈습니다. K팝 아이돌이 실제로 부를 법한 OST와 스타일리시한 연출도 인상 깊었고요. 이 영화의 성공은 그런 감각적인 포장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합동 팬 사인회 같은 장면은 현지 팬덤 문화를 제대로 모르고 만든 티가 납니다)


https://youtu.be/eny0BqmSwmM?si=fKlAbWy42i4ziwpS

뮤지컬 영화답게 음악은 매우 훌륭합니다. 케이팝스러운 요소를 아주 잘 활용했고, 곡들도 트렌디했어요.

케이팝 음악 방송 특유의 카메라 무빙과 안무, 멤버별 비중이나 패션 고증이 너무 잘되어 있고. 가사에 영어와 한국어가 혼재되어 있는 케이팝의 특징을 너무 잘 표현했더군요. (후배, 대박 같은 K-콘텐츠에 자주 나오는 고유명사가 그대로 나오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특히 흥미로웠던 건, 기존 한국에서 만든 콘텐츠들이 해외 진출할 때 한국적인 부분을 들어내려고 했던 반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한국스러움을 과감하게 밀어붙였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한국 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것까지 표현했다고?' 싶은 장면도 꽤 많았고요. 어떤 부분은 '이걸 외국인들이 알아?' 싶어서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밖에서 밥 먹을 때 음식 테이블에 휴지 깔고 위에 수저 젓가락 올리거나, 소파가 있는데도 바닥에 앉아서 소파에 등을 기대는 자세 같은 소소한 디테일. 물론 그 중에서 최고는 작호도를 모티브로 한 호랑이와 까치 캐릭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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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공개 후 넷플릭스 인기 순위 탑을 찍었고,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에서 챌린지 영상과 리뷰 등 관련 콘텐츠 생산이 활발하게 제작 중입니다. 제작사 소니 픽쳐스와 넷플릭스조차도 이렇게 성공할 줄 몰랐다고 하더군요. (알았으면 겨우 1시간 반짜리에 이렇게 내용을 마구마구 쑤셔넣진 않았겠지만) 한국인들조차 예상 못 한 성과다 보니... 이제는 한국 콘텐츠가 전세계적으로 돈이 되는, 아니 통하는 시대라는 걸 전 세계 사람들이 알게 되었습니다. 정작 한국이 아닌 외국 자본과 제작사가 만든 작품을 통해 알게 된 현실이 참으로 아이러니 하고요... (차라리 이런 걸 디즈니가 했어야 하는데 요즘 삽질만 하고 있고)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여럿 있긴 했습니다. 스토리가 정말 진부의 진부 끝을 달립니다. 이건 뭐, 12세니까 어쩔 수 없다고쳐도, 스토리 진행이 슝슝 빠른데 문제는 개연성이 그닥이란 점입니다. 저는 고전적인 스토리라도 개연성만 잘 챙겨주면 it's ok 라고 생각하는 사람인데도, 세심하지 못하고 슥슥 지나가버리는 요소들이 많아서 좀 많이 거슬릴 정도입니다.

또한, 메인 주인공에게만 서사를 몰아주는 구성도 개인적으로는 불호였습니다. 다른 멤버들도 매력은 충분했는데, 전개상 비중이 적어 아쉬웠습니다. (가령, <미소녀전사 세일러 문>을 볼 때 세일러 문만 턱시도 가면하고 엮이면서 나머지 멤버들이 갈수록 쩌리화, 공기화 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했는데 그때 생각이 날 정도였습니다)

중반 이후부터는 몰입이 힘들어 아무 생각 없이 음악이나 스타일만 감상하게 되더군요. 후반부 전개도 뭔가 엥? 스럽지만 연출에는 힘을 많이 쏟았으니 뭐, 그냥 넘어갑시다.


https://youtu.be/yebNIHKAC4A?si=ZBbFebwqwTMmSuO9

개인적으로는 예고편을 보고 가졌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작품이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이 별에 필요한>도 마찬가지였죠. (두 작품 모두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에 한국적인 콘텐츠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대중 반응은 정반대라는 점도 재미있는 점입니다)

총평하자면, 작품성만 보면 그냥 평작 수준입니다.

다만 K팝과 K-컬처에 열광하는 해외 팬들이 환호할 만한 요소를 아주 잘 짚어냈고, 그로인해 한국 사람들은 괜히 국뽕 한사발 드링킹하는 모습이 저한테는 더 흥미로웠... 아니, 이 영화가 보여준 현상 자체가 인상적이라고 봐야겠습니다.

그러니 한번 정도 보는 것은 추천합니다. 그 점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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