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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규 Feb 04. 2019

KEITH KENNIFF 라는 뮤지션에 대해

KEITH KENNIFF 또는 HELIOS 혹은 GOLDMUND라고 불리는 남자


음악웹진M: 2016년 2월 6일

http://webzinem.co.kr/3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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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겨울에는 집에 있는 편이다. 집에서도 추위 때문에 잘 움직이지 않는다. 이불 밖은 위험하니까… 계절에 걸맞게 조용하고 잔잔한 엠비언트, 모던 클래식 위주로 음악을 찾아 듣고 있고 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자주 눈에 들어오는 이름 세 개가 있었다. ‘키스 케니프(Keith Kenniff)’, ‘골드문트(Goldmund)’, ‘헬리오스(Helios)’. 키스 케니프는 아이폰과 페이스북의 광고음악을 했던 사람이라고 알고는 있었다. 그러고 보니 골드문트와 헬리오스의 음악도 키스 케니프와 어딘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세명은 동일인물이었다. ‘무슨 의도로 그는 이런 음악 활동을 하는 걸까?’ 그런 호기심이 이 글을 쓰게 했다.


https://soundcloud.com/keithkenniff/goldmund-threnody


키스 케니프는 미국의 작곡가, 프로듀서, 사운드 디자이너, 멀티 인스트루멘탈 연주자이다. 미국 펜실베니아에서 태어나 아버지로부터 음악을 배우고 10대 때부터 밴드 활동을 하다가 이후 버클리 음대를 다녔다. 원래는 퍼커션과 기타를 연주했지만 지금은 피아노만 연주하고 있다고 한다. 키스는 2004년에 헬리오스라는 이름으로 데뷔 앨범 <Unomia>를 냈다. 당시 올뮤직은 “천재적인 배우가 극 중에 할 수 있는 수만 가지의 분위기와 메시지를 적절히 배치한 듯한 음악”이라는 평가를 했다.


키스는 동적인 엠비언트와 일렉트로닉 음악을 할 때는 헬리오스, 솔로로서 정적이고 미니멀한 피아노를 연주할 때는 골드문트라는 이름을 쓴다. 두 프로젝트 모두 악기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정적이면서 아련한 꿈결 같은 사운드를 들려준다.


https://soundcloud.com/keithkenniff/helios-bless-this-morning-year


그는 한 인터뷰에서 두 프로젝트의 유래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했다. 예전에 밴드 생활에 집중하던 시절, 하도 바쁘다보니 매일 해가 뜰 때 쯤 집에 들어갔었다고 한다. 그러다 문득 해가 떠오르는 광경을 보면서 그리스신화의 태양의 신 ‘헬리오스’가 떠올라 큰 고민 없이 자신의 닉네임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 당시를 회고하기를 그때는 그런 시간들이 즐거웠다고…


골드문트는 키스가 좋아하는 헤르만 헤세의 소설 ‘지와 사랑’의 주인공인 ‘골드문트’를 따와서 지은 이름이다. 성장통을 통해 자기 발전을 하는 소설 속 주인공처럼, 자신도 같은 그와 같은 마음으로 음악에 접근하고자 지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두 가지의 이름을 쓰는 이유는 마치 프로젝트에 따라서 자신의 페르소나를 바꾸는 것 같은 기분이라 그 만큼 작업에 몰두하기 편해서라고.


https://soundcloud.com/unseenmusic/keith_kenniff-goldengrove_fiat_90sec_v2-wav


2010년부터 키스는 자신의 레이블인 ‘언신 레코드(Unseen Record)’를 만들어서 영화나 광고 계열 클라이언트로부터 음악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 경우에는 헬리오스나 골드문트가 아닌 본인 이름을 사용한다. 애플, 페이스북, 구글, 파라마운트, MTV, 워너 브라더스 같은 유명 기업들이 그의 주 고객들이다. 키스 케니프의 음악은 대체로 헬리오스와 골드문트, 양쪽 성향이 합쳐진 성향의 음악을 연주하며 매우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이고 있다. 필요에 따라서는 헬리오스와 골드문트 중 하나가 피처링을 해주기도 한다. 그만의 용의주도(?)한 작업 방식이리라.


2월 12일에 발매될 예정인 Mint Julep의 앨범 의 이미지컷


키스는 그의 아내인 ‘홀리 케니프(Hollie Kenniff)’와 함께 신스팝 밴드인 ‘민트 줄렙(Mint Julep)’을 결성해서 활동하고 있다. 홀리의 청량감이 넘치는 보컬과 키스가 만드는 90년대 풍 일렉트로닉 록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민트 줄렙은 최근 두 번째 정규 앨범인 <Broken Devotion>을 발매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엠비언트적인 성향의 또 다른 프로젝트인 ‘어 페일 파이어(A Pale Fire)’도 하고 있다. 키스가 인터뷰에서 말하길, 혼자 작업할 때에 비해 완전히 다른 작업이라 훨씬 즐겁다고 한다. 여기에 키스는 독자적으로 동요 프로젝트 ‘미도우즈(Meadows)’를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그는 20여장의 앨범과 수많은 사운드트랙 작업을 해냈고 틈틈이 다른 아티스트의 프로듀서 역할도 하고 있다. 정말 왕성한 창작력이 아닐 수 없다.


https://soundcloud.com/keithkenniff/mint-julep-white-hot-heart


Helios의 2015년작 <Yume> 


2015년에 키스는 헬리오스의 9번째 정규작이자 전작보다 한층 더 꿈결 같은 사운드가 돋보이는 앨범 <Yume>를 공개했다. 같은 해에 골드문트로도 정규 9번째 작품인 <Sometimes>를 발표했다. 명망 높은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는 키스의 음악을 매우 높이 평가하며 골드문트의 곡 ‘A Word I Give’에 피쳐링을 해주기도 했다. 현재 키스는 음악계에서 ‘젊은 음악 장인’으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https://soundcloud.com/keithkenniff/05-yume

https://soundcloud.com/keithkenniff/goldmund-a-word-i-give-feat-ryuichi-sakamoto


밤에 잠이 안 오거나 조용한 방에서 정적인 시간을 가지려고 할 때 키스 케니프의 음악을 듣기를 권장한다. 가슴이 따뜻해지거나 때로는 위로가 될 것이다. 글을 마무리하는 동안 키스의 음악을 다시 텔레비전이나 영화에서 마주하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한국에서도 그의 음반을 직접 구할 수 있게 되거나 공연이 성사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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