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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gmin Kim Nov 22. 2015

감정을 전한다는 것.

영화 <행복한 사전 The Great Passage, 2013>


행복한 사전 The Great Passage, 2013 / 감독 : 이시이 유야 / 출연 : 마츠다 류헤이, 오다기리 죠, 미야자키 아오이 외





인간은 항상 생각한다. 그리고 그 생각을 표현함으로 다른 상대와 대화하고 소통한다. 그 소통의 주요 방법이자,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이 바로  ‘말’이다.     


영화 <행복한 사전> 은 사전편찬부 ‘마지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밥을 먹을 때도 한쪽 구석에서 혼자 조용히 먹는,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질 못하는 ‘마지메’가 사전편찬부로 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상대방의 감정을 읽기 힘들어하는 ‘마지메’는 “모르니까 알고 싶은 것이고, 그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라는 하숙집 주인아주머니의 말에 사람들에게 다가가며 사람들과 어울리게 된다.     


하숙집 주인인 '타케' 는 '마지메' 에겐 엄마와 같은 역할을 한다. '마지메'가 인정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내 감정을 먼저  털어놓는다는 것. 사실 그것만으로도 힘들 때가 있다. 내 감정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약점이 되지는 않을까 고민하게 될 수도 있고, 그것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이라고 여겨져서 스스로 포기해 버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은 소중하다. 인간은 홀로 살 수 없는 존재이기에, 결국은 우리의 생각을 전해야 하고 우리의 감정을 전해야 하며, 상대방의 감정을 들을 수도 있어야 한다. 그 감정을 고백하는 것. 그것이 시작될 때 비로소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 다 같이 ‘함께 사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메’가 ‘카구야’에게 고백하는 장면이다. 말이 서툰 ‘마지메’가 한국으로 치자면, 조선시대에나 쓸법한 단어를 붓으로 정성스럽게 써서 ‘카구야’에게 주지만 그녀는 핀잔을 주며 그에게 ‘말’ 할 것을 종용한다. 잠깐 당황하지만 그는 이내 조심스럽게 그리고 진지하게 “좋아합니다.” 한 마디를 내어 놓는다.  


내내 묵혀왔던 감정을 입 밖으로 내는 순간의 묵직함이란!


내내 묵혀왔던 감정을 입 밖으로 내는 순간의 묵직함이란! 자신의 감정을 말하는 것에 서툴러하던 그가 화려한 미사여구도 아니고, 전국시대 무사의 혈서 같은 글이 아니어도 진심을 담아 툭 하고 털어놓는 그 짧은 한마디가 새어나오는 순간, 보는 이들은 마치 큰 암 덩어리 하나가 자연적으로 사라지는 듯 한 느낌을 받게 되며 깊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누구에게나 쉬운 말은 아니지만, 누구에게나 어려운 말도 아닌 저 한 마디가 그 순간 그 분위기에서 그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건 상당히 임팩트가 있는 말이다.     


영화 속 ‘마지메’는 사전편찬부에서 일한다. 사전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을 엮어놓은 책이다. ‘마지메’와 사전편찬부 사람들이 매달리는 새로운 사전, ‘대도해’는 말이 수없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시대를 유유히 지나쳐가는 ‘배’ 로 비유된다. 그렇기에 은어들과 속어까지도 포함시키려고 한다. 그 말이 깨끗하던 더럽든 간에 사람들이 쓰고 있는 말이고, 감정을 전달하는데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제목이 <행복한  사전>인 이유는 무엇일까? 추측컨대, 사전이 담고 있는 그 말들 하나 하나가 우리의 감정과 생각을 전달하는 아름다운 ‘말’ 이기 때문 아닐까? 소통이라는 즐거움을 사전이 담고 있는 말들로 인해 느낀다면, 그 ‘말’을 담은 사전 역시 행복한 사전이 되는 것은 아닐까? 마치 ‘마지메’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털어놓은 것처럼. 그리고 그의 사랑이 정의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은 그래서 위대하고, 그 말들을 엮어놓은 사전은 그래서 소중하다.     


사전 '대도해' 속 '사랑' 의 정의.

[사랑] : 어느 사람을 좋아하게 되어서 자나 깨나 그 사람이 머리에서 안 떠나고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몸부림치고 싶은 마음 상태.     


성취하면, 하늘이라도 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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