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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gmin Kim Nov 15. 2015

성숙해지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 2015>

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 2015 / 감독 : 피트 닥터 /(목소리)출연 : 에이미 포엘러, 필리스 스미스, 민디 캘링 외






언제 들어도 모호한 단어들이 있다. 개중에 하나가  ‘성숙’이라는 말이 아닐까? 단어 자체의 뜻만 놓고 본다면, ‘성장’ 했다는 뜻인데, 이 단어가 모호해지는 이유는 바로 그 ‘성숙’의  ‘기준’이다. 무엇이  ‘성숙’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게끔 만드는 걸까?


지금 이야기하려는 이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보면 그 기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예고편으로 이미 알려졌듯 영화는 ‘감정’ 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 사람의 내면(Inside)에서 감정이 어떻게 표출되고 적용되는지를 코믹하면서도 동화 같은 이야기로 표현하고 있다.


영화는 기본적인 감정 다섯 가지를 소개한다. ‘기쁨’, ‘슬픔’, ‘까칠’, ‘분노’, ‘소심’ 이 그것이다. 이 다섯 가지 감정은 일명 ‘감정 제어  본부’에서 각자가 나서야 할 상황에 맞게 전면에 나서며 그들의 주인(?) 라일리에게 영향을 행사한다. 그리고 그 결과 라일리의 기억은 감정과 합쳐져 하나의 구슬로 표현되고, 저장된다.



‘감정 제어 본부’ 에는 하나의 컨트롤 패드가 존재한다. 안타깝게도 이 컨트롤 패드는 1인용이다. 그래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다섯 감정들은 서로 본인의 차례라며 다투기 일쑤다. 그러나 감정들의 리더인 ‘기쁨’ 이 “라일리의 행복을  위해”라는 미명하에, 대부분의 감정을 조절한다. 그리고 라일리의 기억은 그 영향으로 노란색 구슬이 많다.


‘감정 제어 본부’ 에는 하나의 컨트롤 패드가 존재한다. 안타깝게도 이 컨트롤 패드는 1인용이다. (…) 그러나 감정들의 리더인 ‘기쁨’ 이 (…) 대부분의 감정을 조절한다.


그리고 라일리의 기억은 그 영향으로 노란색 구슬이 많다.


이야기가 흘러가고, 라일리는 우리가 말하는  ‘성숙’을 겪는다. 그리고 감독은 그 와중에 성숙의 기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늘어놓는다. 라일리의 감정들은 제자리를 찾게 되고 라일리의 인격을 나타내던 ‘인격 섬’ 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단순한 단어들의 조합이고, 단순한 개념에 불과했던 섬은 복잡하고 다중적인 개념으로 바뀐다. 라일리의 기억도 마찬가지다. 노란색, 파란색, 초록색, 빨간색, 보라색 한 가지  색뿐이던 라일리의 기억은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인 채 기록되고 저장된다. 한 감정만이  컨트롤할 수 있던 컨트롤 패드 역시 커진다. 여러 감정이 조작이 가능해진다. 간단히 표현하던 감정의 표현도 다양해지고 조작 가능한 버튼들도 늘어난다.


감독이 말하는 ‘성숙’ 은 감정의 다양화다. 한 가지 감정만을 느낄 수 있던 시절을 지나 어느덧 내면의 다양한 감정을 수용하고 포용하는 것. 그것이 성숙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감정이 다양해진 만큼 인격의 변화 역시 따라오며, 가족, 친구를 구분하던 것이 하나의 개념으로 뭉쳐진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는 여전히 성장 중이다. 우리는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단순한 감정들로 살아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복잡한 감정을 느끼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 감정을 하나로 정의하려 든다. 그러나 그 감정이 정의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의 집합임을 우리 스스로가 시인할 때 우리는 감정의 폭이 조금 더 넓어짐을 느낄 수 있다.


감독이 제시하는  ‘성숙’의 조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감독은  ‘슬픔’이라는 존재를 인정하고 수용할 것을 요구한다.  ‘슬픔’이라는 녀석을 인정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인정하는 행위이다. 이 슬픔을 인정하고 드러내고, 스스로의 힘이든 타인에 의한 것이든 그 슬픔을 극복할 때 ‘기쁨’ 역시 따라온다는 것이다. “애써 슬픔을 떨쳐 낼 필요는 없다. 슬프면 울고, 마음껏 슬퍼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이 감독의 이야기다. 마음껏 슬퍼하는 것이 스스로에게도 다시금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밑바닥에 닿았을 때야 비로소 다시 치고 올라갈 수 있다.” 는 유명한 말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슬픔’이 가득 채워진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비워주고, ‘기쁨’ 이 그 빈 생각과 마음을 채운다. 어쩌면 “얻기 위해 비워야 한다.” 는 말과도 뜻이 닿아 있는 듯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라 정의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든, 혹은 단편적인 감정이든, 그리고 애써 부정하고 무시하고 싶은 슬픔이든 우리의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수용하는 것. 그것이 가능할 때 우리는 비로소 ‘성숙’ 해졌다고  이야기한다.


또 하나, 감독이 이야기하는 성숙의 기준은  ‘개성’의 완성이다. 아직 어린 라일리의 감정들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해 보인다. 그러나 라일리의 부모님의 내면은 그 사람을 잘 빼다 박은 듯 보인다. 물론, 라일리의 감정들과 그 외의 타인의 감정을 구분하기 위한 장치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특징을 잡아서 설명하는. 그러나 나의 눈에는  ‘성숙’의 과정의 일부로서, 그 감정들이 서로에게 닮아가는, 그리고 영향을 끼치는 그렇게 나만의 감정 즉, ‘개성’ 이 생겨나가는 것을  표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우리는, 인간은 성숙해진다.


 <인사이드 아웃> 이러한 줄기의 이야기와 다채로운 색감, 동화적인 이야기 구성 측면에서 참 재미있는 영화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겠다. 그러나 더 재미있는 것은, 우리의 내면(Inside)을 우리(관객) 가 볼 수 있도록 꺼내서(Out) 보여준다는 표현의 방식이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지 않는 감정이 생성되고 표출되는 과정에 대한 진지한 고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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