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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gmin Kim Nov 24. 2015

‘다시 보다’


‘다시’라는 말은 참으로 중요하다. 그 뜻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알 것이다. 그러나 이 단어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을 듯하다. 이미 했던 어떠한 행위를 똑같이 반복한다는 것은, “더 완벽히, 더 정확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자면, 보고서가 퇴짜를 맞고 “다시  해와!”라는 말이 떨어졌다면, 보고서는 더 완벽하고 흠이 없어야 한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는 불조심을 더욱 철저하게 하자는 말이 된다. 차갑고 무뚝뚝할 것 같은 사람이 어린아이에게 환하게 웃어주며 귀여워하는 모습을 보면 주변 사람들이 “쟤 다시 봤어” 할 때도 그 사람을 ‘더 정확히’ 보게 됐다는 말이 되니, 어느 정도 통하는 바가 있다.     


나는, 그래서 영화를 ‘다시’ 본다. 이것은 물리적으로 같은 영화를 두 번 본다는 것과는 다르다. 영화를 보고 나면, 나는 조용히 다시 그 영화를 되짚어본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일까? 왜 그런 장치들이 존재했고 왜 그런 장면이 있었을까? 그렇게 복기를 해보면 어떤 이야기나 숨겨둔 메세지들이 보인다.


'영화 리뷰(Review)라는 말을 많이들 쓴다. 말 그대로 다시(Re) 본다(View)는 말인데, 대게 그런 글들의 경우 줄거리를 되짚고, “참 재밌었다!” 정도의 감상평으로 끝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여기서 오는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Artist라는 ‘호칭’은 아무에게나 부여되는 것이 아니다. 간단한 예를 들면, 다른 이가 만들어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Vocal'이지만, 자신이 만든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Artist’가 된다. 이 두 부류를 나누는 기준은 “음악에 자신의 색깔을  입혔는가?”이다. 음악을 하는 사람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신의 감정, 생각을 곡에 녹여내는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이런 기준은 미술이나 영화 같은 예술 분야에 속한 사람들에게 기준이 된다. (최소한, 한국에서 만큼은 그럴 것이다.)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Artist'이다. 대개의 경우,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고, 그것을 영상화한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대본을 쓰는 작업에서 전문가의 힘을 빌리는 경우는 있지만, 결국은 감독이 어떠한 ‘메세지’를 가지고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 감독이 하고자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렇게 대부분의 영화는 메세지를 지닌다. 그 메세지를 위해 감독은 사물들을 배치한다던가, 배우의 연기에 간섭하여 그 메세지를 표현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는 단순히 극장에 가서 보고 “참 재밌었다!” 의 감상평만 남길 단순한 ‘동영상’ 정도가 아니라 하나의 ‘예술’이 되는 것이다.


어느 순간, 나는 이 상황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영화를 ‘다시’ 보면 그 내용이 보이는데, 그 메세지가 보일 텐데. 그래서 나는 비록 모자란 글이고, 모자란 지식이지만 내 나름대로의 글을 공유하고자 하는 계획을 세웠다. 내 해석이 비록 정확하지 않더라도 내 글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되길. 더 정확하게 보고, 더 완벽하게 보길. 그래서 ‘영화’라는 문화예술을 제대로 향유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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