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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gmin Kim Mar 20. 2016

영화는 누군가의 꿈이다.

단편 영화 <주리 Jury, 2013>

주리 Jury, 2013 / 감독 : 김동호 / 출연 : 안성기, 강수연, 정인기, 토니 레인즈, 토미야마 카츠에 외


"당신은 영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가?"


이 질문에 누군가는 단순히 생산되고 소모되는 과정을 거치는 상업적인 '상품' 정도로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이가 나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단순한 '상품'이라 대답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어떤 대답을 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예술'이라는 단어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고 싶다. 위키 백과사전에서 '예술'을 찾으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예술은 사람들을 결합시키고 사람들에게 감정이나 사상을 전달하는 수단이 된다. (…) 예술의 중심 개념은 ‘아름다움’으로서, 만약 미가 결핍되거나 상실되면 예술이라고 말할 수 없다.」


'예술'이라는 단어를 설명하는 여러 표현들 중에서 내가 가장 공감하는 말이다. 감정이나 사상을 전달하는 수단, 그러나 미가 결핍되거나 상실되면 안 되는 것. 내가 평소 가진 생각이랑 정확히 일치하는 문장이다.


이제 처음에 던진 질문, "당신은 영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가?"에 대한 내 대답을 할 차례다. 영화란 "감독의 생각이나 사상을 이야기 구조에 담아 미적인 연출을 통해 전달하는 예술"이다. 여기서 '감독'은 영화라는 예술에서 보편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담아내는 주체적 인물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기획단계에서부터 '이야기'를 구상, 집필하고 카메라, 음향, 음악 등을 조정하여 영화라는 하나의 결과물이 완성도와 미적인 요소가 갖추어지도록 이끄는 사람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조금 더 넓은 의미로써 각색가, 전문 각본가들을 포함한 '이야기꾼'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주리 Jury> 도 여느 영화처럼 갈등 구조를 가지고 있다. 갈등은 두 가지 집단에서 일어나는데 첫 번째 그룹인 심사위원단(Jury)과 두 번째 그룹인 감독들이 그것이다. 영화의 상영이 끝나고 감독들과의 질의응답을 갖는 장면에서 '정범'은 다른 감독인 '채은'에게 영화가 '이상하다'라고 표현하며 '채은'의 심기를 건드린다.  그러나 '정범'과 깊은 이야기를 하는 중에 '채은'은 알게 된다. 자신이 받아들인 '이상하다'라는 말과 정범이 말하고자 했던 '이상하다'라는 말이 서로 다른 것임을. 그리고 두 감독은 서로의 생각에 공감하기 시작한다.


그 시각, 심사위원들은 대상 수상 작품을 고르기 위해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소통'되는 것은 없다. 번지르르한 단어를 골라 쓰며,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고 상대방을 관철시키려 든다. 심사위원장 '성기'가 일본의 감독 '토미야마'에게 의견을 묻자 토미야마는 어설픈 영어실력을 숨긴 채 억지로 말을 하려고 노력한다.


두 집단의 이야기(Plot)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다른 듯해 보일 수 있으나 결론은 '소통의 부재'이고 더 정확히는 '말을 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하지 못하고 빙빙 둘러서 조심스럽게 툭 던지는 것-'정범'이 '채은'에게 한 '이상하다'는 말- 그리고 고상한 척, 유식한 척하며 무언가 말을 하지만 결국 전달되는 것도 없는 그런 상황-심사위원단의 대화들, '토미야마'의 영어- 이 그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주리 Jury>는 앞서 말했던, 영화라는 예술을 만들어내는-그중에서도 이제 막 시작하는- 예술가들, 즉 '이야기꾼'에게 건네는 격려이자 조언과도 같다. 이 영화에 제작을 맡은 곳이 '아시아나 국제 단편 영화제'이고, 처음 공개된 것도 같은 영화제라는 사실과, 영화의 메인 포스터에도 적힌 문장인 "영화는 꿈입니다."에서부터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 문장은 일본인 심사위원인 '토미야마'가 참고 참다가 가슴속에 쌓아뒀던 생각을 터뜨리듯 털어놓으며 뱉는 대사이다. 두 집단의 대화보다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원하는 대로 솔직하게 툭 하고 내어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영화라는 예술에 매료되어 그 예술의 세계에 뛰어든 많은 사람들에게는 거대 자본의 투자를 받는다는 것이 불가능해 보일 수 있다. 거대한 스케일의 상업 영화도 그들에겐 꿈처럼 크고 멀게만 느껴진다. 그래서 그들은 그 예술의 시작을 독립 영화, 정확히는 독립 단편 영화로 시작한다. 이 영화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과 영화 예술을 어려워하고 고민에 빠진 사람들에게는 영화계의 원래가 건네는 따뜻한 조언이 되고, 그 조언은 한국의 영화 예술을 키우는 뿌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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