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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gmin Kim Mar 06. 2016

그들이 꿨던 꿈은 무엇이었을까?

영화 <몽상가들 The Dreamers, 2003>

몽상가들 The Dreamers, 2003 / 감독 :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 출연 : 마이클 피트, 에바 그린, 루이스 가렐 외



"몽상가. 그들은 몽상가였다. 꿈을 꾸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어떤 꿈을 꾸었을까?"



미루고 미루다 뒤늦게, 그리고 겨우 영화를 다시 볼 수 있게 되었을 때 나는 이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곧이어 '몽상가'라는 말의 뜻을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쓰기는 자주 쓰지만, 정확한 뜻은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몽상가'의 사전적 정의.


'몽상가'를 뜻하는 영어단어 'Dreamer'의 사전적 정의. (옥스퍼드)



1968년, 프랑스 파리. '앙리 랑글루아'가 문화적인 기록 유산인 '영화'를 다양하게 프랑스 국민에게 소개하고 후대까지 전하기 위해 설립한 '시네마테크'에서 영화에 빠진 세 젊은이 매튜와 이자벨 그리고 테오가 만난다. 그들은 '영화'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급속도로 친해진다. 그들은 '시네마테크'를 통해 영화를 접하게 된 후, 삶 전체가 영화가 된 듯이 살아간다. 그들은 영화에 대해 토론하며 즐거워한다. 그들에게 '시네마테크'는 영화의 천국이었고, 영화를 마음껏 향유하며 그들의 세상을 풀어내는 하나의 '창구'였다. 그러나 마냥 세상을 아름답게만 보게 만들었던 '시네마테크'의 설립자 '앙리 랑글루아'가 해임되고, 정부에 귀속시키려는 움직임이 시민들 사이에서 일어나자 그들은 영화와는 달리, 그들이 자유를 침해받고 있음을 조금씩 깨달아간다. 그리고 그들은 영화를 넘어 정치적인 문제들까지 토론의 주제로 삼는다.


그들은 1968년 파리의 젊은 청년들이 그러하듯이 기성세대들을 비판한다.테오는 말만 앞서고 행동으로 나서지 않는 아버지가 마땅치 않다. 당장 나가서 무엇이라도 해야 할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부모님이 집을 떠난 그 기간 동안 자유를 누리며 살아간다. 그들은 주체적인 존재이며, 자유를 추구하는 존재이고,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난 '다른 존재'라고 생각한다.그들은 그들의 꿈속에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존재였다. 그들은 그들만의 공간에서 세상을 이야기하며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꾼다.


그러나 테오는 말과는 다른 모순된 행동을 보인다. 테오는 매튜와의 대화중에서 시대적 상황에 대해 언급한다. 미국은 왜 베트남전에 참전했는가를 이야기하며 그곳에 참전하지 않은 매튜를 비난한다. 정확히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말만 앞서는 매튜를 비난한다. 그러나 한껏 와인에 취해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매튜는 그에게 묻는다. 여기서 뭐하는 것이냐고. 테오는 딱히 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그들은 거리로 나간다. 68년, 프랑스 정부의 억압에 반대하며 일어난 혁명의 물결 속으로 그들은 뛰어든다. 그들이 말했던 새로운 세상으로 바꿀 기회임을 그들은 직감한 것이다. 그런데 항상 현실에 한 발을 들여놓던 매튜는 그 방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화염병을 던지며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것만이 혁명의 '유일한' 방법인지에 대해. 그러나 테오는 그 폭력적인 방법만이 유일한 방법임을 신뢰하며 이자벨의 손을 이끌고 시위대의 선봉에 선다. 그런데 이 장면이 앞선 대화들과는 묘하게 대치된다.


세 사람은 그들의 집에서, 외부와는 격리된 곳에서 이야기하고 행동한다. 시위대가 행동할 때 그들은 집에서 이야기하고 사랑의 감정을 나누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다 그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서야 마치 원래부터 그랬던 사람인  것처럼 거리로 뛰어들고 화염병 집어 드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웃으며 그곳으로 뛰어든다.


시위대가 행동할 때 그들은 집에서 이야기하고 사랑의 감정을 나누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다 그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서야 마치 원래부터 그랬던 사람인 것 처럼 거리로 뛰어들고 화염병 집어드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에겐 혁명보다 개인의 감정이 우선이었다. 테오와 이자벨의 관계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는 사랑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자유로운, 그리고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꿈을 꾸고 있는 '몽상가들'이었다. 그들은 그것이 자유로운 사상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이 서로를 사랑하는 것은 그저 '하나'이기 때문이라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자벨의 마음 한 켠에는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불안감이 내제 되어 있다. 그들은 사랑의 감정을 자유로운 사상으로 포장하며 합리화시킨다. 테오는 이자벨과 매튜의 관계를 질투하고, 매튜는 테오와 이자벨의 묘한 관계를 부적절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들이 사랑에 대해 고민하고 질투하는 동안, 거리에서는 사람들이 투쟁하고 있었다.


그런 테오가 다른 두 사람을 거리로 몰아넣고, 강경한 태도를 취하며 화염병을 집어 든다. 이자벨은 마냥 재미있는 상황인 듯 바라보고 있고, 매튜는 무리 사이로 사라진 이자벨을 찾는다. 그들에게 애초에 적극성 따위는 없었다. 그저 기성세대를 비판하기 위해 깨어있는  척하는 어리고 연약한 사람이었으며 위험한 사랑을 즐기는 철부지였다. 그들은 그저 '몽상가들' 이었다. 탁상공론에 빠진.


그들이 꾼 '몽상'은 무엇이었을까? 자신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거대한 존재가 된 꿈이 아니었을까? 마음껏 사랑하고, 사랑에 제약이 없는 달콤한 꿈이 아니었을까? 세상이 영화처럼 아름답고 우아하며 근사하다는 꿈을 꾸는 건 아니었을까?


그러나 그 '몽상'이, 그리고 우리의 사랑스러운 세 '몽상가들'이 마냥 잘못된 것일까?아니, 그들은 그들 다운 삶을 살고 있었으며, 그들 다운 생각을 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들이 꿈꾸었던 잘못된 것들이 올바르게 자리를 잡아가는 세상, 사랑이 가득한 세상, 마음껏 영화를 보며 즐기고 영화 같은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은 결과적으로 우리 모두가 꿈꾸는 이상적인 사회가 아닌가? 다만 서툰 생각이었을 뿐. 영화는 조금 어설프고 서툰 생각을 가진, 그 시절의 아름다운 세 청춘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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